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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0만 명 고문·살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집단학살 조사 시작

입력
2024.12.18 18:13
수정
2024.12.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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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실종 신고 접수 시리아인 약 15만 명
"매장 시신 수십만 구·매장지 최소 66곳" 주장
"시신 너무 많아 신원 확인 작업 계속 이어질 것"

시리아 반군 2명이 18일 다마스쿠스 남쪽 도시 나즈하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시민들을 학살한 뒤 집단매장한 것으로 보이는 장소를 둘러보고 있다. 나즈하=AP 연합뉴스

시리아 반군 2명이 18일 다마스쿠스 남쪽 도시 나즈하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시민들을 학살한 뒤 집단매장한 것으로 보이는 장소를 둘러보고 있다. 나즈하=AP 연합뉴스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축출된 뒤 시리아 곳곳에서 집단 매장된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내전 기간 동안 시리아 정권의 집단학살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알아사드 정권의 삼엄한 통치로 인해 제대로 조사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매장된 시신이 최소 10만 구 이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발굴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쟁범죄 전문가 "나치 이후 이렇게 끔찍한 학살은 처음"

스티븐 랩 전 미국 전쟁범죄 대사는 17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쿠타이파와 나즈하의 집단 매장지를 방문한 뒤 "2013년 이후 최소 10만 명이 아사드 정권에 의해 고문,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랩 전 대사는 "나치 이후 이 같은 학살 사례는 처음"이라며 "21세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다"고 끔찍해했다.

반군 공격으로 지난 8일 알아사드 전 대통령이 러시아로 도피한 뒤 시리아 내부에선 알아사드 정권이 저지른 집단학살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53년간 이어진 알아사드 부자의 독재 정권은 시리아 민주화 운동이 내전으로 격화된 2011년 이후에만 수만 명을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전 기간 동안 알아사드 정권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철권 통치로 인해 현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날 미국 CNN방송은 "2020년 한 남성이 정권의 명령에 따라 쿠타이파와 나즈하에 매주 4회, 300~700구의 시신을 매장했다고 폭로했다"며 "시신엔 고문과 절단의 흔적이 있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공식 실종자 수만 15만 명... "집단매장지 최소 66곳" 의견도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과 함께 집단 매장지 조사가 시작되고 있지만 워낙 매장된 장소와 시신이 많아 신원 확인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단 국제실종자위원회(ICMP)에 신고된 시리아인 실종자만 15만7,000명이 넘는다. 반(反)알아사드 단체인 시리아비상태스크포스(SETF)는 시리아 곳곳에 시신 수십만 구가 매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나즈하 집단매장지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나즈하=AP 연합뉴스

나즈하 집단매장지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나즈하=AP 연합뉴스

추가 매장지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ICMP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집단 매장지가 최소 66개"라고 발표했다. 무아즈 무스타파 SETF 사무국장은 "아직 매장지를 제대로 발굴하지도 않았다"며 "시신에 코드를 부여하고, 샘플을 채취한 뒤,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AP통신에 설명했다. 랩 전 대사도 "기존 묘지 아래에 희생자의 시신을 묻은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발굴 작업의 어려움을 예상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집단학살 피해자들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시리아 국민이 해답과 책임을 모두 얻을 수 있도록 증거를 수집하고 적절히 조사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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