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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즉각 하야가 국익이다

입력
2024.12.09 17:30
수정
2024.12.16 15: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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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있는 퇴진’ 갈등ㆍ혼란만 키울 것
‘이재명 단죄’ 내세운 꼼수 더는 안 먹혀
보수, 윤 넘어 벌판에서 새출발 각오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열어 사과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열어 사과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황당한 비상계엄 선포로 파란의 밤을 보낸 뒤 맞은 지난 4일 아침, 한국일보 논설위원실 회의에선 사설에 어떤 주장을 어떻게 담을지를 두고 심각한 논의가 벌어졌다. 비상시 신문 사설은 정국의 분수령이 되곤 한다. 대략 3가지 안이 추출됐다.

첫째, 혼란한 상황을 감안해 섣부른 주장보다는 현상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데 초점을 두자는 안이 있었다. 그 경우 사설 제목의 키워드는 ‘위헌적 계엄 무산’ ‘윤 대통령 국정지도력 상실’ 등이 될 것이었다. 둘째,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안도 나왔다. 제목 키워드는 ‘윤 대통령 책임져야’ ‘수습책 내놔야’ 등이었다.

세 번째 안은 사태와 국면의 엄중함을 감안할 때, 단호하게 퇴진을 촉구하는 데까지 가는 게 옳다는 주장이었다. 점차 그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하야나 탄핵 등 퇴진 방식까지 정해 요구하는 건 정파적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일단 자제키로 했다. 그 결과 사설은 ‘윤 대통령, 퇴진 결단해야’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퇴진’을 주요 신문에 앞서 제목에 채택한 해당 사설은 원칙에 단호하면서도 정파적 주장엔 거리를 두는 한국일보 특유의 중도적 기조를 적확하게 견지했다고 본다.

사실 개인적 감정은 훨씬 격렬했다. 그래도 윤석열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고 싶지 않았던 중년의 한 사람으로서, 귀싸대기라도 한 대 후려치고 멱살 잡아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도대체 들떠 돌아갔던 전 정권보다는 낫겠지 했던 소박한 기대마저 오만, 방자 끝에 이토록 얼빠진 짓으로 단숨에 뭉개 버리는 형편없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 정치판은 공론과 달리 또다시 제멋대로 엉켜 돌아갈 조짐이 뚜렷하다. 윤 대통령은 은근슬쩍 자리에서 뭉갤 태세다. 초기에 신속하게 계엄 반대 입장을 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탄핵 표결에서 멈칫하더니 어느새 ‘질서 있는 퇴진’으로 돌아선 상태다. 국정 불안 최소화를 내세우지만, 윤 대통령의 이해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확정판결 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을 피하려는 정략이 작용했을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 윤상현 의원은 최근 “탄핵하면 내년 4월에 대선”이라며 “이대로 무기력하게 이재명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는 없다”며 제법 결연했다. 물론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피고인 이재명’이 윤 대통령의 ‘똥볼’ 덕에 대통령이 되는 건 부당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며 국민에게 똥볼을 대신 닦으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안 그래도 여야 간 ‘버티기’와 '탄핵'이 맞붙으면서 혼란의 장기화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증시에선 며칠 새 150조 원이 증발했고, 환율은 9일 장중 2년여 만에 최고치인 1,437원까지 치솟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혼란 장기화 시 한국 신용등급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를 냈다. 국정 표류도 심상찮다. 당장 예산안 처리는 물론, 시급한 ‘반도체 특별법’ 처리조차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예고된 내수진작책 발표도 불확실해졌고, 미국 트럼프 정부에 대응한 통상외교 역시 지체가 불가피해졌다. 경제 내우외환이 해일처럼 몰려오는 상황에서 국민이 정작 걱정하는 건 정파적 이해가 아니라 뒤죽박죽이 돼버린 나라꼴이다.

지금은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 견제라는 여당 당략보다 국정혼란의 최소화가 우선이다.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무리한 시도를 접고, 즉각 거국내각 구성 등을 통한 국정 정상화에 매진하는 게 집권당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다. 그러려면 윤 대통령 퇴진은 일주일 후도 1개월 후도 아닌, 당장 이행돼야 한다. 그게 국익이자, 보수의 진정한 새출발을 도모할 지름길일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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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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