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2심서 뒤집은 연세대… 1차 시험 합격자 발표, 2차 시험 예정대로

고법, 시험 효력 중지 1심 판단 뒤집어
"공정성 중대훼손 아니면 자율성 인정"

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추가 논술시험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연세대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을 2심 법원이 받아들였다. 1심 결정이 뒤집어지면서 연세대는 예정대로 합격자 발표 등 입시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3일 서울고법 제25-1민사부는 연세대가 제기한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항고를 인용했다.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하라는 1심 판결에 대한 연세대 측 항고를 받아들여 수험생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서울고법은 "논술시험 운영 및 감독 과정에서 미흡한 대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라면 자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지가 사전 배부됐던 특정 고사장의 평균 점수, 문제가 외부로 광범위하게 유출됐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문제지 사전 배부 및 회수 등으로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연세대는 원래대로 1차 시험 합격자 발표와 2차 추가 시험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연세대 관계자는 "(1차)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는 12월 13일 진행할 예정이며, 12월 8일로 예정된 2차 시험도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논란이 된 전형에서 정원 261명을 뽑고 12월 8일 추가 시험에서도 정원 261명을 두고 추가 합격없이 선발을 이어갈 방침이다.

수험생들 입장에선 가처분과 별개로 1차 시험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본안 판결이 중요해졌다. 수험생 측은 "1차 시험의 공정성이 이미 훼손됐으니 2차 시험만 정식 시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안 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5일이다. 수험생들을 대리하는 일원법률사무소 소속 김정선 변호사는 "항고심의 인용 판단으로 우리나라에서 공정성에 대한 무게감이 이렇게 가볍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안 소송에서 제시하려고 했던 추가 증거 일부를 이날 공개했다. 유출된 문항이 여러 사람을 거쳐 전달됐고, 문제가 된 고사장 외 다른 고사장에서도 부정 행위 정황이 있다는 내용들이다.

앞서 지난 10월 12일 치러진 연세대 자연계 논술 시험에선 특정 고사장 감독관의 착오로 예정된 시험 시작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시험지가 배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일부 문항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외부로 유출돼 부정행위에 악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공정성을 문제 삼은 일부 수험생들이 시험 무효 소송을 제기해 연세대와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