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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부동산 가치 예측' 이색 스타트업 만든 문욱 오아시스비즈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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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이나 건물을 계약할 때 가장 관심 있는 것이 부동산 가치다. 그곳에서 얼마를 벌 수 있느냐에 따라 부동산 임대료와 권리금, 매매 가격이 결정된다. 하지만 해당 부동산의 가치 예측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권리금 등이 제멋대로 결정되기 일쑤여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욱(47) 대표는 2019년 오아시스비즈니스를 창업했다. 어느 한쪽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그의 출사표다. 이를 위해 그는 터무니없는 권리금 요구나 잘못된 거래를 피할 수 있도록 상업용 부동산 가치를 예측하는 이색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문 대표를 만나 색다른 AI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중앙대 건축학과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건설개발을 전공한 문 대표는 현대건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4년 동안 국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한 뒤 4년간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왕궁, 병원 등을 건설했어요."
현대건설 경험은 그에게 소중한 자산이 됐다. 특히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창업 후 수도 없이 되뇌었다. "스타트업은 어떤 변수와 어려움이 튀어나올지 몰라 미리 모든 계획을 세우기 힘들어요. 사업의 방향성을 정하고 단계별 문제를 그때마다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 정 전 회장의 말을 계속 떠올리며 부딪쳐 봐요."
신혼 시절 해외 파견 수당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중동 근무를 지원했던 그는 다시 국내에서 일하고 싶어 네이버로 이직했다. "네이버에서 최초로 건축 직무를 맡아 8년간 부동산 개발을 했어요. 경기 판교의 플레이뮤지엄, 분당의 네이버 1784 사옥, 강원 춘천의 인터넷데이터센터 각 등을 짓는 일을 했죠."
네이버 근무는 정보기술(IT)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아는 계기가 됐다. "IT는 문제 접근과 해결 방식이 건설과 달라요. 건설은 경험과 안전을 중시하고 IT는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여 실행하면서 반응을 봐요. 양쪽의 장단점을 모두 배울 수 있었죠."
네이버를 그만둔 것은 나이 마흔에 낳은 아들 때문이었다. "아이가 대학 갈 때 환갑인데 건축이 주 사업이 아닌 네이버를 그때까지 다닐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렇게 16년간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KJ주식회사라는 첫 번째 창업을 했다. "각자 방에서 생활하며 거실 등을 함께 사용하는 공유 주거 사업을 했어요. 직접 건물을 지으려고 토지 매입 계약을 하는데 계약 당일 느닷없이 땅 주인이 값을 올리는 바람에 사업이 무산됐어요."
사업 실패는 두 번째 창업의 계기가 됐다. "홧김에 술을 마시다가 순댓국집을 차리기로 했죠. 식당을 해본 적 없고 요리도 할 줄 몰라 가맹점(프랜차이즈)을 알아봤어요. 국내 7,700개 가맹점 업체 중 70개가 순댓국집 업체죠. 그 가운데 10곳을 만났는데 모두 월평균 매출 3,000만 원을 자신했어요. 상권에 따라 매출이 달라야 하는데 무조건 월평균 매출을 보장하는 것이 이상했어요. 모르는 사람은 숫자만 보고 달려들기 십상이죠. 그렇게 창업하면 생존율이 21%에 불과해요.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AI로 상권 정보를 제공하는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어요."
3년간 개발한 '델파이' AI는 340개 변수를 사용해 상업용 부동산을 분석한다. "특정 지역의 유동 인구와 거주 인구, 임대료, 금리, 최저 임금 등 340개 변수를 월 7,000만 건 이상 수집해요. 자체 수집한 공공 자료와 통신업체, 신용카드업체와 편의점 업체들에서 구입한 자료들이죠. 이렇게 AI로 분석한 자료로 특정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가치, 상점을 차렸을 때 거둘 수 있는 예상 매출, 소상공인을 위한 권리금 정보 등을 제공해요."
이 가운데 2021년부터 제공한 '크레마오'는 상업용 부동산 가치를 측정해 준다. 부동산 개발업체와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업체들을 위한 사업이다. 기존에는 감정평가사들이 주변 상점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추정하는 거래사례비교법을 썼다. 그러나 거래사례비교법만 적용하면 정확한 가치 추정이 어렵다. "거래사례비교법은 아파트 거래에 주로 사용해요. 팔린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다른 아파트 가격을 추정하는 방법이죠. 감정평가사들이 주변 상점의 매출을 알 수 없어 이 방법을 상가 분양에 적용해요. 그 바람에 상점을 열었을 때 매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 수 없어 미분양이나 부실 분양이 발생해요."
크레마오는 주변 상점의 매출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산정하는 수익환원법을 거래사례비교법과 함께 사용해 예상 분양가를 산출한다. "증권사의 종목 분석 보고서 같은 역할이죠. 애널리스트가 예상 목표 주가를 제시하면 투자자가 이를 참고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죠."
크레마오 이용자는 세계 5위 부동산개발업체인 영국 세빌스의 국내 지사,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부터 건축사무소 등 3,800개사에 이른다. "크레마오를 알리는 것이 중요해 지금은 무료 제공이지만 내년부터 유료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월 이용료를 받는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로 제공할 계획이죠."
지난 8월 선보인 '머니뷰어'는 특정 지역에 상점을 차렸을 때 거둘 수 있는 월 매출을 AI가 예측하는 상권 분석 서비스다. 특정 지역의 주소를 입력하면 주변 상점들의 월 예상 매출이 나온다. "델파이가 학습한 과거 매출을 기준으로 현재 변수를 고려해 예상 매출을 산출해요. AI의 예상 매출 정확도는 83%입니다."
월 이용료를 받는 머니뷰어는 개인에게 제공하지 않고 기업에만 제공한다. "주변 상점 이용자의 성별, 연령대 등 각종 정보를 알 수 있어서 개인에게 제공하지 않아요. 투자금 회수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있죠."
머니뷰어는 기업뿐 아니라 목포, 공주, 당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사용한다. "삼성카드와 공동 개발한 휴폐업 예측 정보가 지자체 제공 내용에 들어 있어요. 이를 통해 지자체는 정책 자금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소비 진작 효과를 알 수 있죠."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책정된 권리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권리금을 부풀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가짜 매출 전표를 잔뜩 발행한 뒤 다음 날 취소하는 매출 조작 방법까지 쓰인다.
여기에 자영업자 약탈자로 알려진 일부 창업컨설팅사의 중개 행태도 문제다. "일부 창업컨설팅업체는 건물주에게 상점을 1억 원에 팔아주겠다고 하고 자영업자에게 2억 원에 팔아서 차액 1억 원을 가로채고 수수료까지 받아가요."
이 방법이 가능한 것은 권리금 예측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소위 '입금가' 때문이다. "판매자가 희망하는 권리금이 포함된 판매가를 얘기하면 중개 역할을 하는 창업컨설팅사가 그 돈을 먼저 판매자 통장에 입금해요. 이후 창업컨설팅사가 실제 판매할 때 입금가보다 높은 가격을 불러 차액을 갖죠."
쓴다는 매출 부풀리기로 권리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국세청의 전자세금계산 시스템 '홈택스' 정보를 연동해 적정 권리금을 델파이 AI로 산출한다. "상점이 홈택스 정보를 쓴다에 연동하면 회계장부의 지출 내역을 알 수 있어요. 이때 조작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이 지출 내역에 적용되죠. 이를 토대로 권리금을 산출해 매달 보고서를 제공해요. 주변 상점의 권리금 평균치도 보여주죠."
회계장부 작성 역할을 대신하는 쓴다는 내년부터 유료화된다. "세금 신고를 위한 장부 작성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월 9,900원을 받을 계획입니다. 이용자는 현재 2만4,000명입니다. 사업자등록증 인증 절차를 거치는 만큼 이용자는 모두 사장이나 예비 창업자이죠."
문 대표는 소상공인을 위한 상업용 부동산 관련 토큰증권발행(STO) 사업도 준비한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신사업이어서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습니다. STO를 하려면 투자자 자산을 제3금융기관에 맡겨 보호하는 신탁 구조를 갖춰야 해서 하나은행과 손잡았어요."
그런데 STO를 위해 2년간 준비한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이 최근 무산돼 당분간 비상장 주식거래처럼 게시판을 이용한 거래 방식으로 방향을 틀 계획이다. 금융위는 STO 관련 법안들이 나오면서 STO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STO 사업을 통해 내년에 매출 50억 원과 손익분기점 달성을 기대했는데 지연돼 여러모로 아쉽죠."
투자는 지금까지 72억 원을 받았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대덕벤처파트너스, 롯데벤처스, 씨엔티, 하나은행, DLE&C(대림건설) 등 12개사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그의 목표는 회사를 한국판 질로로 키우는 것이다. 2006년 미국에서 설립된 질로는 AI를 이용해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고 거래까지 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업체의 시가총액은 196억 달러(약 27조 원)다. "질로는 예상 가치보다 싸게 나온 부동산을 사서 수리해 비싸게 팔아요. 이런 사업을 상업용 부동산에 적용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 상업용 부동산 전문 중개법인도 지난해 만들었어요. 부동산기술(프롭테크) 기업은 실물 자산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해요. 많은 프롭테크 기업이 정보 제공만 하려다가 한계에 봉착했죠. 앞으로 직접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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