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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티켓을 선물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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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이 16세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했다. 모두가 슬퍼하느라 바쁘던 그날, 소년 큐브릭은 신문 가판대 주인에게 사망 기사가 실린 신문 밑에서 슬픈 표정을 지어달라 부탁하고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사진은 사진전문잡지 'Look'에 25달러에 팔렸는데 잡지사는 1년 후엔 아예 그를 직원으로 고용했다. 천재들의 일화에는 이처럼 남다른 데가 있다. 큐브릭과 비슷한 예를 남산 피크닉(piknic)의 사진 전시회 '우에다 쇼지 모래극장(Ueda Shoji Theatre of the Dunes)'에서 또 한 번 만났다.
전시회에는 우에다 쇼지가 중3 때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선물받은 날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 있었는데 거기엔 신세계를 처음 경험한 소년의 흥분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우에다의 아버지는 카메라를 사 주고 곧바로 후회했다고 한다. 아들이 당시 '음주, 도박, 여자'에 이어 돈이 많이 드는 놀이로 인식되었던 사진에 깊이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들에게 더 좋은 카메라를 사줬고 덕분에 그는 일본 최고의 포토그래퍼로 성장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나이 23세에 '우에다조(植田調)'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일본 사진계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지금 보면 싱거울 정도로 평범해진 구도와 기법이지만 당시에는 대단했던 것 같다. 하긴 남들보다 앞서간 사람은 누구나 '콜럼버스의 달걀'이니까.
나는 동네 꼬마들을 나란히 세워 놓고 찍은 사진이 특히 좋았다. 자연스럽고 세련된 사진보다 이렇게 작가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진엔 은근한 유머와 애정이 들어 있다. 그는 평생 프로보다는 아마추어로 남길 원했다. 도쿄에서 포토그래퍼로 일하게 되면 여성의 누드와 광고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다며 고향인 돗토리 생활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가 태어나 평생을 살았던 돗토리현은 바닷바람에 의해 퇴적된 거대한 모래 언덕이 있어서 작가에게 더없이 좋은 촬영 무대가 되었다. 그는 사구(砂丘)를 스튜디오나 세트장처럼 활용하며 그 안에 인물들을 '오브제'처럼 배치하는 특유의 연출 사진들을 남겼다.
남들이 회고전이나 준비할 나이에 아들의 권유로 패션 사진에 뛰어든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한 번은 서양 모델들을 데리고 바닷가에서 패션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제작비가 모자라서 꾀를 냈다. "이번 바닷가 프로젝트에서 모델을 하면 일도 하고 수영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촬영 날 모인 남녀 모델들이 정말로 수영을 하러 가버리는 바람에 난감해진 우에다는 빈 옷걸이를 모래사장에 꽂아 놓고 사진을 찍었다. 상황에 맞춰 작품을 만들다 보니 스토리텔링이 더 풍부해진 것이다.
나는 사진을 잘 모른다. 한때 사진을 배우고 싶어 사진작가 수업을 찾아간 적도 있지만 끝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이런 사진전을 보러 가는 이유는 내겐 '호기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재미없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호기심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천국에 가서도 지루해할 것이다. 내가 이런 전시회를 놓치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건 나에게 티켓 두 장을 선물해 준 요숙씨 덕분이다. 이 칼럼을 통해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당신도 나처럼 전시회나 극장 티켓을 선물해 주는 친구가 있는가 물어본다. 없다면 당신이 그런 친구가 되어 보길 권한다. 아마 세상이 좀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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