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일본에 미국 미사일 배치 시 대응 나설 것... 핵 교리 참고해야" 격앙

'미, 일·필리핀에 미사일 부대' 보도에 맞불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 6월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니즈니 노브고로드=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최근 미군이 대만 유사시 일본과 필리핀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방침이란 보도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 영토에 배치될 경우 이는 러시아에 실제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일본 측에 거듭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미국 미사일이 배치되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4일 미군이 대만 유사시 일본 난세이 제도와 필리핀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 군사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자하로바 대변인은 일본을 향해 "러시아의 개정된 핵 사용 원칙(핵 교리)을 읽으면 일본에 미국 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러시아가 어떤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핵 보복 범위를 넓힌 개정 핵 교리를 승인했다.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모두 핵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는 게 개정 핵 교리의 골자다. 앞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지난 25일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러시아도 아시아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