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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퇴사, 공보의 전역"... 부분 진료 중단 지방의료원, 올해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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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비인후과 운영 안 해요. 선생님(의사)이 없어서..."
15일 오전 찾은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은 로비 좌석과 대기 창구가 텅 빈 채 적막했다. 한산한 분위기에도 진료를 보기는 쉽지 않았다. "오늘 이비인후과 진료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병원 직원은 "담당 의사가 없어 과 자체가 사라졌다"며 손사래를 쳤다. 병원 관계자는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못 보는 과목들이 꽤 있다"며 "정형외과도 세 개 진료과 중 하나가 없어져 오전에 와도 접수가 조기에 마감된다"고 했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허덕이던 지방의료원의 위기가 의료대란 여파로 심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원래도 인기가 없던 공공병원에서 전공의·전문의 등이 떠나간 것은 물론 수년간 공중보건의사(공보의)마저 줄어 의사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방의료원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한 종합병원이다.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과 지역보건의료 발전에 힘을 보태 의료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전국 곳곳에 설립됐다.
그러나 올 초부터 이어진 의료대란 여파로 인력난이 심화되자 특정 과의 진료가 어렵다며 부분 휴진을 선언한 지방의료원이 증가하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휴진된 과가 있는 곳은 과반인 20개 병원(57.1%)에 달한다. 휴진 중인 진료과목 수는 40개로, 2018년 5월부터 6년 넘게 운영이 중단된 곳도 있었다. 부분 휴진 중인 20개 병원 중 의료대란이 본격화한 올해 휴진한 곳은 11개 병원 14개과로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가 운영되지 않는 곳도 다수다.
현장에서도 의료대란 이후 지방의료원 일손이 부족해졌다는 토로가 잇따른다. 안 그래도 거의 없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동참한 데다, 몰리는 환자를 감당하려는 2차 병원의 공격적 모집에 이직하는 인원도 적지 않아서다. 인천시의료원장인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대학병원 진료가 어려워지니 지역 2차 병원이 담당하는 환자가 늘어 의사들도 많이 옮겨가고 있다"며 "지방의료원은 민간병원처럼 월급을 무한정 올려줄 수 없어 의사를 붙잡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공병원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던 공보의 감소도 지방의료원에 타격을 줬다. 정부가 지방 근무 공보의를 차출해 대학병원에 투입했고, 현재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학교로부터 휴학 승인을 받지 못하자 대거 현역 입대를 택한 탓이다. 공보의 복무기간은 36개월인 반면 현역 복무 기간은 18개월에 불과하고, 일반 병사 월급이 올라 공보의와 급여 차이가 줄어든 것도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 러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국·사립 의대 군 휴학 허가 인원'은 2021년 116명에서 지난달 1,059명으로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실제 지방의료원들 진료 중단 사유는 전문의 사직과 공보의 전역 등이 대부분이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과 충북 충주의료원, 제주 서귀포의료원 등은 전문의 퇴사 후 후임을 찾지 못해 각각 안과와 정신건강의학과, 호흡기내과 운영을 중단했다. 전남 강진의료원은 공보의 군 생활이 종료된 4월 이후 채용 공고를 내고 있으나 지금까지 구하지 못해 소아청소년과 중 하나의 진료를 멈췄다. 충남 서산의료원 역시 공보의 전역 이후 이비인후과를 비워두고 있다.
연이은 진료 중단에 환자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휴진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해 헛걸음하는 경우도 많다. 파주병원에서 정형외과 진료를 기다리던 80대 환자 A씨는 "무릎이 아픈데 동네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어 왔다"며 "이달 초에 왔을 때 예약이 안 된다고 해서 돌아갔다가 오늘 또 방문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70대 이모씨도 "정형외과 진료를 보러 아침 일찍 왔는데도 오전 진료는 끝났다더라"며 "아픈 거 참으면서 공원에서 몇 시간 기다리다가 겨우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의료 인력 양성 단계부터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자문위원장은 "지방의료원 규모에 맞게 지역 인재를 선발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 의원은 "지방의료원은 지역 주민들의 최후의 보루"라며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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