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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급 안 시킬게" 읍소에도 강의실 텅텅… 의대생이 안 돌아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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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수업에 복귀만 하면 유급 걱정 없이 원활히 학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이달 1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제발 돌아만 오라"는 정부의 의대생 달래기 읍소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유급 대책을 만들고 대학들이 학칙까지 수정하려고 준비 중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정부와 학교의 노력에 시큰둥하기만 하다. 2월에 강의실을 떠났지만 아직 돌아올 생각은 전혀 없다. 못 돌아가는 걸까, 안 돌아가는 걸까. 의대생들이 왜 복귀를 거부하는지 속내를 들어봤다.
교육부의 유급 대책이 나온 것은 이달 10일. 주요 내용을 보면 △성적 평가 기준을 학기말에서 학년말로 전환하고 △올해만 의대생에 유급 조치를 하지 않도록 하는 한시적 특례 조치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서울·연세·고려대 등 주요 의대들은 학칙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돌아오기만 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 처리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여전히 단호하다. 23일 찾은 연세대 의대의 강의실은 하루 내내 텅 비어 있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본과 2학년 수업이 잡혀 있었지만, 출석자는 전혀 없었다. 1학년 강의실은 일주일 중 5일이 하루 내내 합창단 연습 장소로 대관된 상태였다. 그나마 자습 공간에만 소수의 학생들이 오갔다. 본보와 만난 한 본과생은 "휴학계를 냈지만 의학은 공부량이 많고 이를 놓을 수 없어 혼자 공부 중"이라 설명했다. 연세대 의대 관계자도 "교육부 가이드라인대로 성적 처리 시점을 미루는 등 학칙 변경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최근까지 휴학을 철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국 의대 중 가장 늦게 이달 개강한 조선대의 사정도 마찬가지. 본과 4학년 실습 수업을 진행하는 A교수도 "125명 중 3명만 나오고 있고, 나머지는 지금대로라면 유급 처리가 된다"며 "재시생 포함 10명 내외만 의사 국가시험(국시)에 응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시 실기시험 응시 원서를 제출한 의대생은 전국 3,200여 명 중 364명(11.4%)에 불과하다.
왜 안 돌아가는 걸까. 학생들은 커리큘럼 변경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운다. 지난달 휴학을 철회하고 수업을 듣는 본과 4학년 B씨는 "실습시간도 기존의 절반인 1주일로 줄었고, 전공의 부재로 환자 자체가 줄어 본과생도 풍부한 케이스 스터디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국시 때문에 돌아오긴 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부 학생들은 한 학기를 두 학기로 쪼개거나, 온라인 강의로 학점을 충족해 진급시키겠다는 교육부 방안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 모 의대 재학생은 "본과 2학년만 해도 1년 중 두 달 빼고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이 빽빽하게 잡혀 있는데, 이미 듣지 못한 한 학기 수업의 보충 수업을 남은 학기에 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
다른 본과 4학년생도 "학년별 과정 간 연계성이 높아 온라인으로 진급시켜도 이전 학년 공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차라리 내년에 복귀해 제대로 공부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한 의대 교수 역시 "실습의 경우 원격 강의가 의미 없다"며 "개강이 늦어져 교육과정을 한 달 감축한 것도 무리인데, 한 학기를 두 학기로 쪼개라는 방침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 비판했다.
'집단 휴학'의 기저에 깔린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발도 여전히 확고하다. 한 사립대 본과 4학년생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휴학계를 낼 때 다들 각오한 일"이라며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밀고 나가자는 게 (의대생들의)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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