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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고사리도… 제주의 봄은 모든 생명체를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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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두 번의 장마가 있다. 여름 장마와 '고사리 장마'로 불리는 봄 장마다. 안개비가 대지를 적시면 고사리가 지천으로 자란다. 제주 사람들은 고사리와 함께 봄을 지낸다.
그림책 '봄이 들면'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김영화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는 제주 4·3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그림책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으로 2022년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책은 주인공 아이와 엄마가 줄기가 한 번 꺾이면 아홉 번까지 다시 돋아나 '아홉 형제'로 불리는 고사리를 따러 한라산 자락 들판으로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숲도 춥고 새도 추운 겨울 지나고, 찔레나무 맹개나무 순이 돋으면 봄이 든 거다"라는 할머니의 말로 시작한다. 한라산, 자왈(덤불), 오름, 바당(바다) 등 자연 유산이 풍부한 제주이기에 작가는 봄이 '든다'고 표현했다. 봄이 나무와 풀꽃, 숲과 들판을 물들이듯 채우고 다시 배어나온다는 의미다.
아이는 더 큰 고사리를 찾아 수풀 속을 뒤지다 또 다른 생명, 꿩알이 들어 있는 둥지를 만난다. "집에 가져가서 품어 볼까? 그럼 꿩병아리가 나오나?" 아이의 호기심에 엄마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안 돼! 만지지 마. 엄마 꿩이 근처에서 보고 있을 거야. 앞에 사람 냄새 배면 다시 품으러 안 와." 할머니가 겨울을 사람뿐 아니라 숲도, 새도 추운 계절로 묘사했듯 엄마도 봄이 드는 대상은 자연의 모든 생명체라고 말하는 셈이다. 봄을 들이는 할머니의 마음이 손녀에게까지 대를 이어가는 풍경이다.
가로 20㎝, 세로 27㎝ 정도 크기에 44쪽으로 된 책을 가득 채운 섬세한 펜화가 제주의 봄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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