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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이어 제주대도… '학칙 개정 부결' 의대 증원 복병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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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칙 개정이 의대 증원 정책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부산대 교무회의에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위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된 다음 날, 제주대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도 관련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중 20곳에서 학칙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 이 같은 부결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의대 정원은 정부가 결정하면 대학은 반드시 학칙에 반영해야 할 사항이라며, '학생 모집 정지'와 같은 초강수 제재까지 언급하며 단속에 나섰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중 이날까지 학칙 개정을 완료한 곳은 12개교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은 학생 정원에 관한 사항을 학칙으로 정해야 한다.
학내 반발로 학칙 개정이 보류되는 대학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제주대는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담은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오후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는 내년 전형계획 변경안 심의를 보류했다. 부산대에서는 차정인 총장이 전날 부결된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해줄 것을 교무회의에 요청했다. 강원대는 이날 평의원회에서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이 심의될 예정이었으나, 부산대 부결의 여파로 심의를 5월 중순 이후로 미뤘다.
학칙 개정을 완료하지 못한 대학 중에는 의대 증원을 두고 대학본부와 의대 간 갈등이 심했던 대학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가장 많은 증원 인원(151명)을 배정받아 학내에서 큰 반발이 일었던 충북대는 14일 교무회의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심의한다. 강원대는 의대 교수들이 삭발 시위까지 했다. 충북대 다음으로 많은 정원을 배분받은 경상국립대(124명) 충남대 가천대(각 90명)도 학칙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만약 늘어난 의대 정원을 학칙에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나온다면, 대학에 구속력을 갖는 정부의 결정(증원)과 학내 규범(학칙)이 상충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의정 간에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정책 수행 과정에서 발효된 여러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두고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부산대와 제주대의 사례가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대학별 학칙 개정이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의대 정원의 최종 결정권은 대학이 아닌 정부에 있다면서, 대학이 정부 방침에 따라 학칙을 고치지 않으면 행정처분으로 '일벌백계'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의료인·교원 등을 양성하는 대학의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교육 관련 법령이나 명령을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대학은 1차로 총입학정원 5% 이내에서 학생 모집 정지, 2차로 같은 범위에서 정원 감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설령 교무회의 등 학내 기구에서 학칙 개정을 반대하더라도, 총장이 결정권자로서 학칙 개정을 관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오 차관은 "최종적으로 학칙을 공포하고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결정권자는 총장"이라고 강조했다.
사태 여파가 얼마나 번질지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이달 11일 임기를 마치는 차정인 부산대 총장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차 총장이 '학내 반발'과 '행정처분' 사이에서 정부의 학칙 개정 요구를 따를지가 관심사다. 부산대는 아직 차기 총장 인선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차 총장이 학칙을 개정하지 않고 퇴임할 경우 부총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어떤 총장이든 정원 감축까지 거론한 정부의 압박을 외면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국립대 총장은 "사립대는 재단이 증원을 결정하면 학내에서 뒤집기 어려울 테고, 국립대는 정원 감축이라는 엄청난 페널티를 감수하기 쉽지 않다"며 "(차 총장이 퇴임 후로 결정을 미룬다면) 직무대행이 무슨 힘이 있어서 결정을 하겠나. 차 총장이 결정하고 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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