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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증원분 50% 줄여도 의대생 복귀 안 해" 자포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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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경북대 의대 본과 1학년의 해부학 수업.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재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달 8일 뒤늦은 개강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상황이 바뀌리라 내심 기대했다. 경북대를 포함한 6개 지방거점 국립대가 정부를 설득해 내년 의대 신입생을 원래 배정받은 증원분의 절반만 늘리기로 한 만큼 의대생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해부학 수업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출석 의사를 확인한 결과 본과 1학년 110명 중 10명가량이 참석할 것으로 파악됐다. 10명도 어디냐 하며 학교는 실습용 시신 한 구를 준비했다. 그러나 정작 수업에 출석한 학생은 예상 인원의 절반인 5명뿐. 홍원화 총장은 "어떻게 해야 되겠나. 한숨만 나온다"며 허탈해했다.
# 충남대 의대는 원래 2월이던 개강일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달 25일 수업을 시작했지만 대면 수업에 출석하려는 학생이 없어 부득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A교수는 "3월 개강했을 때 수강 신청을 하고 수업을 나오겠다는 학생이 딱 2명 있었다"며 "이들이 나오겠다고 한 것도 이미 한 번씩 유급을 당해서 다시 유급되면 제적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년도 의대 신입생을 얼마나 늘릴지를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의대생들의 집단 수업거부 사태는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은 '2,000명 증원' 방침에서 한발 양보했으니 의대 수업이 정상화할 여지가 생겼다고 보고, 대학에 학생들 복귀를 적극 설득해줄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대라는 반응이다. 대학들은 의대생 집단유급 현실화를 우려하면서 정부가 의정 협상에 보다 적극 나서서 상황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줄 것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은 법정 수업주수(학기당 최소 15주)를 감안해 미뤘던 의대 수업을 이달 들어 본격 재개하고 있지만 의대생 복귀는 미진한 상황이다.
정부에 내년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을 건의해 관철시킨 6개 국립대(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22일에 개강을 했지만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대 의대 A교수는 자율모집 허용이 오히려 의대생 복귀를 막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2,000명 증원안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선 의대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마지노선'을 이미 넘었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홍 총장은 4년 전 전임 정부에서 의대 증원을 추진했던 때를 언급하면서 "당시는 수업거부 기간이 한 달이었지만, 지금은 벌써 두 달 반이 넘었다"며 "(학생들이) 6개월 동안 배워야 할 것을 3개월 만에 집약적으로 배우기는 어렵다"고 했다.
전공의 집단이탈에 따른 진료 공백도 의대 수업 정상화를 막는 요인이다. 진료와 당직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의대 교수들의 체력을 고려하면, 학생들이 돌아와도 정상적 교육은 어렵다는 것이다. A교수는 "주 1회 당직과 2, 3회 외래 진료를 하는 것에 더해 여기저기서 콜(비상호출)을 받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한계 상황"이라고 했다.
의대생들이 증원 정책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의정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서울 지역 B사립대 총장은 "정부가 의료계에 '2026학년도 이후 입학정원은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대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우리는 할 거 다 했으니 이제 알아서 해라'라고 하면 학생들은 안 돌아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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