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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불법, 지금은 구원군? 오락가락 PA간호사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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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길어지면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전공의 대체 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PA는 의사 역할을 일부 대신해 수술이나 진료를 맡는 간호사를 말하는데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 PA 사이에선 '그동안 찬밥 대우를 하더니 급하니까 써먹겠다는 거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간호사 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간호계의 숙원이던 'PA 양성화' 문제를 꼭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9일 라디오에 출연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향후 심화할 경우, PA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PA는 수술·검사·응급상황 시 의사를 지원하는 인력이지만, 한국 의료법 체계에선 PA 면허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PA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만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다수 병원에선 전공의 빈 자리를 PA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국내 PA 수는 최근 12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해 2021년 기준으로 5,619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공식적으로는 1만 명 이상의 PA가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PA는 수술실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지만, 정작 '법외 존재'라서 법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PA를 양성화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의사단체들의 반대 탓에 법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도가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PA 채용 공고를 낸 삼성서울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병원장과 채용에 응한 간호사 등을 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일부 PA들은 현장의 인력 부족을 방치하던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이 현실로 다가오고서야 부랴부랴 PA 카드를 들고나왔다며 비판했다. 최근까지 10여 년간 PA로 근무한 A씨는 "정부가 이전까지 PA 양성화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없었기에, PA 활용은 터무니 없는 발언이라 생각한다"며 "의사 집단에 대한 협박용으로 거론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상급종합병원에서 PA로 일하는 B씨도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그땐 모두 PA한테 책임을 떠넘길텐데 어떤 PA가 전공의 파업시 선뜻 수술실에 들어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간호계에선 이번 기회를 통해 PA 업무를 제도권 내로 편입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시키는 대로 불법 하에 간호사가 투입되어 의료공백을 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먼저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보장과 안전망 구축 등의 내용을 법 체계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또한 "의사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면 PA 양성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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