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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성 변호사 "강제징용 배상, 일본 기업 아닌 한국 정부와 싸우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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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한국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통해 배상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와 유족들이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할지도 미지수지만, 수용해도 재원 고갈로 배상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한국 정부가 대신 지겠다고 해서 이 소송을 오랫동안 해왔던 주체로서는 굉장히 힘이 빠지고 참담하다"며 "어느 순간부터 한국 정부와 싸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하면 정부가 배상금을 책임지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징용 피해자와 유족 15명 중 11명에게 배상금을 대신 지급했다.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한 4명에 대해선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징용 피해자 유족들은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와 제3자 변제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그는 "일본 기업에 돈을 받고 싶다고 결정하면 그게 일본 기업과 싸우는 게 아니라 정부의 제3자 변제를 반대하는 것 같은, 정부와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유족) 본인의 의사를 외부에 알리는 것들에 대해서 주저하거나 고민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일본 전범기업이 사죄를 하지 않고, 배상금 역시 1원도 내지 않았는데 한국 정부가 마련한 기금에서 배상금을 받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얘기다.
정부의 변제안을 수용해도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전날 판결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피해자 한 명당 1억~1억5,000만 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임 변호사는 "11명 피해자의 승소 판결이기 때문에 원금이 12억 원 정도이고,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20억~25억 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변제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모금된 기금으로 지급된다.
현재 재단에 모인 기부금은 약 41억 원. 재단은 앞서 변제안을 수용한 징용 피해자 11명에게 지급할 배상금과 지연이자로 41억 원 중 25억 원을 사용했고, 3자 변제를 거부한 피해자 4명에 대한 공탁금으로 약 10억 원을 써야 한다. 임 변호사는 "재단에 남아 있는 금액이 많지 않고, 기금이야 더 모을 순 있지만 일본 기업의 책임을 대신 져주겠다고 하는 한국 공공기관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1차 소송 후속 절차로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절차도 밟고 있다. 임 변호사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 상대로 한 압류와 매각 명령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대법원까지 올라가 있다"며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 바로 경매가 시작되는데, 신속하게 판단해서 피해자들이 싸울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1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판결 수용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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