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 수준까지는 회복해야
2050년대에도 플러스 성장 유지"
"인기영합적 재정정책, 근본 해결 안 돼"

윤동섭(왼쪽부터) 연세대 총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 참석해 정책 대담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50년대 이후 우리 경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퓰리즘 정책의 남발로 국가 재정이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 기조연설에서 “현재의 출산율 0.75명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인구는 5,170만 명에서 50년 후 현재의 58%인 3,0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며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0.72명)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총재는 “출산율을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4명)까지는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50년 후 인구가 현재의 83%인 4,30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는 데 그치고, 2050년대에도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기준 46.9%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현 수준의 출산율이 유지될 땐 50년 뒤 18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출산율이 1.4명으로 높아지면 163%로 상승 폭 완화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출산율 하락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포퓰리즘의 유혹에 쉽게 빠질 위험이 있다”고도 우려했다. 경제 성장이 정체돼 분배 여건이 악화하고, 세대·계층 간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선 정치권이 복지 정책, 현금 지원과 같은 인기영합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유혹을 크게 느낄 것이라는 논리다. 이 총재는 “이런 정책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재정만 낭비하면서 국가 채무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근본적 이유로는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특히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경쟁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은이 보고서를 통해 주장한 ‘거점도시 육성’과 대학 입시에서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재차 제안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우리나라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비하고, 과도하게 낮은 탄소배출권 가격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외에 각종 사회 현안과 구조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향후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기도 한다. 여론을 의식한 듯 이 총재는 “때때로 ‘한은 총재가 오지랖이 넓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지속가능성 문제는 우리 경제와 일상 전반에 걸친 현실적 과제인 만큼, 중앙은행 총재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