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의 시간은 이미 지났다
국힘 윤 지키기는 대선포기 작정한 것
아니라면 합리보수 후보 빨리 세워야

나경원(앞줄 오른쪽부터), 김기현, 추경호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감사원장 및 검사 탄핵심판 선고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온갖 곡절에도 대통령 윤석열의 운명을 가름할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들고 있다. 가름한다 했으나 정해진 운명이다. 윤 측의 헌재변론은 대체로 계엄의 동기 강변이었다. 동기는 정상참작 요소이지 실행된 범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는 될 수 없다. 전시·사변 아닌 평시에 법절차도 뭉갠 계엄의 위헌성은 온전히 남았다. 파면 아닌 결론은 상정키 어렵다. 이 문제로 평생의 지인 여럿과 결별했고, 더 많은 인연들을 마음에서 떠나보냈다. 윤은 나라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도 이런 식으로 상처를 냈다.
광화문과 헌재 앞의 아수라장은 소극(笑劇)이다. 헌재 결정이 얼마간 지연되든 어차피 윤의 시간은 지났다. 그러니 다들 부질없는 싸움을 거두고 정신 차리라. 지금은 탄핵국면이 아니라 대선국면이다. 탄핵 갈등도 결국은 다음 정부를 누구에게 수임토록 할 것인가의 문제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 본질을 놓아버렸다.
국힘(지도부)은 처음부터 갈피를 잃었다. 탄핵반대로 지키려는 게 뭔지부터 모호했다. 보수가치 수호라면 반탄은 애당초 어불성설이다. 안정을 희구하는 보수의 최우선 가치는 법치다. 헌법위반 행위를 옹호하는 건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다. 국힘은 보수정당으로 불릴 자격조차 잃었다. 그냥 딱 붕당(朋黨)이다.
보수의 또 다른 대표가치는 성장이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기록적인 가계부채를 줄이며, 평균소득을 늘리거나 기업환경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지난 31개월은 한국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었다.’ 계엄 직후 회자됐던 해외의 윤 정권 평가다. 실제로 주요 경제지표는 IMF 이후 최악이었다. 기억나는 건 지독한 아내사랑뿐이다. 가치도 잃고 실적도 없는 윤을 왜 지키려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나랏일엔 무능해도 제 정치적 안위 계산엔 귀신같은 게 정치인들이다. 개혁적 인물로 대선에서 이기는 건 국힘의 친윤 주류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다. 주류에서 밀려나면 다음 총선에선 공천도 어렵다. 만에 하나 윤이 귀환하면 나라엔 재앙이나 그들에겐 축복이다. ‘이재명 불가’라면서 “아버지 살아계신데 뭔 제사 얘기냐”며 이재명에게 꽃길 깔아주는 짓만 하는 까닭이다. (이재명의 정치적 자질문제 등은 이번엔 굳이 거론치 않겠다.) 그래서 국힘의 윤 지키기는 대선포기 아니고선 납득할 길이 없다.
국힘은 계엄 순간부터, 늦어도 1월 19일 구속시점부턴 비상한 대비에 나섰어야 했다. 헌재결정 후 두 달은 지난 3년 절치부심한 이재명을 감당키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두드러지는, 상당부분 윤석열의 이미지와 겹쳐 보이는 몇 강성인물로는 어림도 없다. 중도층이 마음을 내줄 리 없다. 반탄 구호는 그래서 어깃장에 가깝다.
민주당 비명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국힘엔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민주당이 이재명의 2심 유죄판결 뒤 주자를 바꾸면 더 어려워진다. 혐이(嫌李)정서에서도 자유로워진 민주당을 무슨 수로 감당하나. 민주당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이제라도 국힘이 중도·합리보수층의 마음을 얻을 만한 후보를 내지 못하면 대선 결과는 볼 필요도 없다.
아까운 시간 다 보내고 그나마 없는 시간을 또 이렇게 흘릴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대선에서 이길 방법을 이제라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국힘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칫 윤 정권기와 다르지 않을 나라의 내일이 걱정돼 하는 말이다. 제 몸 하나 건사하겠다고 국가 미래를 외면할 거면 그런 위선적 정치는 관두는 게 맞다. 거듭 당부하건대 윤의 처지가 아니라 차기 정부를 생각하기 바란다. 이미 국면은 대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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