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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형 피카소 VS 대기만성형 세잔… 노력으로 천재를 이길 수 있을까

입력
2025.03.14 13: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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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데이비드 갤런슨 '천재와 거장'

200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모마)에 걸린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200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모마)에 걸린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피카소는 보기 드문 천재였지만, 세잔은 천재가 아니었다. 세잔에게 예술은 많은 시간을 들여 힘들게 얻은 능력이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피카소(1881~1973)와 세잔(1839~1906)에 대해 내린 평가다.

데이비드 갤런슨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최근 펴낸 책 '천재와 거장'에서 피카소를 '천재'로, 세잔은 '거장'으로 분류했다. 젊은 날에 예술적 정점에 이르는 천재형을 '개념적 혁신가'로, 인생 황혼 무렵 완숙한 경지에 이르는 거장형을 '실험적 혁신가'로 유형화한다. 이를테면 단거리 주자와 마라토너의 차이다.

책에 따르면 예술 작품은 계획-실행-마침의 단계를 거치는데, 개념적 혁신가는 주로 첫 단계인 계획에 몰입한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완성된 작품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지니고 있다는 게 특징. 피카소가 그의 대표작 '아비뇽의 여인들'을 불과 26세 때 그린 것처럼 말이다.

반면 실험적 혁신가는 끊임없는 실험과 지난한 노력을 통해 인생 후반기에 정점에 오른다. 세잔의 경우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인상주의에 대한 실마리조차 얻지 못했을뿐더러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역작을 남겼다. 그가 67세에 그린 그림의 가격은 26세에 그린 같은 크기의 작품보다 약 15배 더 비싸다.

저자는 걸작이 천재적 재능의 산물인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인지 결론 내리지 않는다. 예술 활동의 역사를 들춰보면서 "개념적 혁신과 실험적 혁신 모두 (인류가 예술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데) 심대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정작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예술 세계가 막을 내린다는 게 죽음보다 더 큰 두려움이었다.

천재와 거장·데이비드 갤런슨 지음·이준호 강은경 옮김·글항아리 발행·440쪽·2만8,000원

천재와 거장·데이비드 갤런슨 지음·이준호 강은경 옮김·글항아리 발행·440쪽·2만8,000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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