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루스 벤 기앳 '극우, 권위주의, 독재'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극우, 권위주의, 독재’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의 원제는 ‘스트롱맨(Strongmen)’이다. 책 첫 장을 장식하는 ‘등장인물’ 설명에는 그 주인공들인 무솔리니, 히틀러 등 20세기 초 독재자를 비롯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17명이 나열돼 있다.
이탈리아 파시즘 연구의 권위자인 루스 벤 기앳 미 뉴욕대 교수는 이 같은 독재자들이 어떻게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는지,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이들이 어떻게 정권에서 내려오게 되는지 탐구한다. 트럼프 정부 1기 말기인 2020년에 처음 출간됐는데 전 세계적으로 극우와 권위주의, 독재가 심화하는 요즘, 특히 한국 정치 상황과 겹쳐지며 의미심장하게 읽히는 대목이 많다.

극우, 권위주의, 독재∙루스 벤 기앳 지음∙박은선 옮김∙글항아리 발행∙552쪽∙2만8,000원
21세기의 독재자는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우간다의 이디 아민 등과 달리 폭력을 쓰지 않고 민주주의를 조금씩 침식시키는 방식으로 권력을 쟁취한다. 이들은 흑색선전으로 유권자들의 심리를 공략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주위 인물들을 포섭해 통치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언론을 소유하거나 장악해 선전에 활용하고, 사람들을 매수하거나 순종적인 공무원들을 확보하며, 협박과 위협으로 비판자를 제거한다.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이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을 공격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지도자가 법 위에 있는 국가의 구원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역시 독재자들의 통치 기법이다.
독재자들이 선배 극우 정치인들의 통치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전략을 구사하듯 독재자에 맞서는 방법도 결국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독재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연대, 사랑, 대화임을 알고 반대편을 향해 손을 내밀어 새로운 파괴의 굴레를 멈추”도록 해야 한다면서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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