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신호 알린 북한
외국인 관광 영상 속속 공개

지난해 11월 러시아 유튜버 '빅토르'의 채널을 통해 공개된 북한 관광객들의 떡메치기 체험 영상. 유튜브 'PoletMe Aviation Videos' 캡처
북한이 올해 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자 북한을 직접 여행한 외국인들의 후기가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속속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대체로 관광객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북한의 열악한 생활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역효과’를 무릅쓰고 관광객을 적극 모집하는 건 대북제재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미국의 관광산업 투자 등을 유치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멈췄다가 최근 5년 만에 재개된 나진·선봉(나선) 지역을 다녀온 관광객의 생생한 증언을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유튜버 마이크 오케네디는 “북한의 엄청난 통제 수준에 놀랐다”며 “관광객들은 엄격하게 사전 승인된 일정에 따라 현지 가이드의 에스코트를 받는다”고 밝혔다. 다른 여행자인 벤 웨스턴은 “가이드 없이는 호텔을 떠날 수 없다”며 “심지어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도 가이드에게 알려야 했다”고 비판했다. 탄도미사일 애니메이션에 맞춰 춤을 추는 어린이들의 공연, 짝퉁 명품 가방을 버젓이 판매하는 시장도 여행상품 가운데 하나였다고 관광객들은 설명했다.
관광객을 통해 북한 실상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러시아 유튜버 ‘빅토르’의 유튜브 채널에선 평양 일대의 열악한 생활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북한이 나름대로 선별한 관광 코스임에도 소를 몰며 농사짓는 시민,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무단횡단이 서슴없이 이뤄지는 평양 시내 도로 모습도 담겼다. 관광객이 그나마 가장 흥미롭게 즐겼던 프로그램은 ‘떡메치기’였고, 러시아 ‘투폴레프’사에서 제조한 고려항공은 언뜻 봐도 노후됐고, 기내식으로는 패티에 치즈 반조각이 곁들여진 ‘부실 햄버거’가 제공됐다.
'대북제재 효과 없음' 국제사회 향한 메시지

지난해 11월 러시아 유튜버 '빅토르'의 채널을 통해 공개된 북한 고려항공 기내식 햄버거. 유튜브 'PoletMe Aviation Videos' 캡처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난까지도 ‘자신 있게’ 보여주는 배경엔 대북제재 무용론을 드러내면서 미국등 해외자본의 투자까지 고려한 노림수라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5일 본보와 통화에서 “국제사회엔 개방 자신감을 드러내고, 미국을 향해서도 대북제재 효과가 없다는 점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 관광산업 개발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알려진 것은 워낙 소수 사례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체제 선전물과 시설물들을 보여주는 것 위주로 돌아갈 텐데, 관광 상품을 과거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인이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다음 달 6일 평양국제마라톤을 개최한다.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스에 따르면 대회 참가를 포함한 5박 6일 여행상품에는 문수 물놀이장과 옥류관, 주체사상탑 등 전통 관광지에 더해 지난해 완공된 아파트촌인 ‘화성지구’와 강동온실농장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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