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년 만에 평양국제마라톤 개최
화성지구 등 '김정은 사업' 자랑할 듯
"소 경작·낡은 집 등 처참한 현실"
독일·영국 여행객들 방북 소감 토로

독일 여행 인플루언서 루카 페르트멩게스가 최근 자신의 SNS에 게시한 북한 어린이 공연사진. 루카 페르트멩게스 인스타그램
북한이 올해 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북한을 실제 여행한 관광객들이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경험담을 공개하면서다. 여행객들은 과도한 통제, 열악한 북한 생활 실상에 대해 비판적인 소감을 전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평양국제마라톤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에서 완성된 ‘신도시’ 화성지구를 처음 대외에 선보일 예정이지만 역효과만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여행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루카 페르트멩게스(독일)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폐쇄 후 5년 만에 북한 나진·선봉(나선) 지역을 여행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자신의 채널에 여러 개 게시했다. 영상엔 경작을 위해 소를 몰고 다니거나, 길 대신 꽁꽁 언 호수를 가로질러 다니는 북한 주민, 그리고 낡은 집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생소한 어린이들의 공연 모습도 눈길을 끈다.
영국 BBC는 또 같은 기간 북한을 여행한 영국 유튜버 마이크 오케네디의 소감을 전했다. 그는 북한 당국의 ‘관광객 검열’에 대한 놀라움을 전했다. 오케네디는 “북한의 엄청난 통제 수준에 놀랐다”며 “관광객들은 엄격하게 사전 승인된 일정에 따라 현지 가이드의 에스코트(안내)를 받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기자 출신으로 세 번째 북한 관광길에 오른 조 스미스도 최근 북한을 여행한 후 “호텔 방 창문 전체에 금이 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에도 생활 실상이 꽤 드러나는 평양 관광 코스를 러시아 여행객 위주로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러시아 유튜버 ‘빅토르’의 유튜브 채널에선 북한이 나름대로 선별한 관광 코스임에도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무단횡단이 서슴없이 이뤄지는 평양 시내 도로 모습이나, 평양 외곽의 비포장도로들도 고스란히 담겼다. 그나마 영상 속 관광객들은 ‘떡메치기’ 체험에 흥미를 드러냈고, 식사 때 제공된 대동강 맥주에 대한 호응 또한 높았다.
평양마라톤, 한국·미국·말레이시아 국적 참가 금지

독일 여행 인플루언서 루카 페르트멩게스가 최근 자신의 SNS에 게시한 북한 농촌 사진. 루카 페르트멩게스 인스타그램
북한은 다음 달 6일 평양국제마라톤을 계기로 대규모 해외 관광객을 모집하는 등 한동안 문호 개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스에 따르면 대회 참가를 포함한 5박 6일 여행상품에는 문수 물놀이장과 옥류관, 주체사상탑 등 기존 관광지에 더해 지난해 완공된 아파트촌 화성지구와 강동온실농장 등도 포함됐다. 이 여행 상품엔 미국과 한국, 말레이시아 여권 소지자에 대한 참가 제한 안내도 실렸다. 이는 3개국 제외하곤 다른 국적 관광객에겐 문호를 개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 같은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달라진 환경은 아닐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체제 선전물과 시설물들을 보여주는 것 위주로 돌아갈 텐데, 관광 상품을 과거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인이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발전이 더뎠던 북한이 뒤처진 사회상과 가난의 실상까지도 자신 있게 보여주며 관광객을 받는 배경엔 ‘대북제재 무용론’을 드러내면서 미국 등 해외자본의 투자까지 고려한 노림수가 담겼다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제사회엔 개방 자신감을 드러내고, 미국을 향해서도 대북제재 효과가 없다는 점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 관광산업 개발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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