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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상징에서 문화상품의 아이콘으로

입력
2025.03.06 04:30
26면
3 0

3.6 코르다의 ‘체 게바라’- 2

제임스 피츠패트릭이 코르다의 사진을 소재로 만든 체 게바라의 그래픽 초상화. 위키피디아

제임스 피츠패트릭이 코르다의 사진을 소재로 만든 체 게바라의 그래픽 초상화. 위키피디아


(이어서) 진위는 알 수 없지만, 만 39세의 혁명가 체 게바라는 볼리비아 정부군에게 “나를 쏴라, 겁쟁이들아! 너희는 단지 한 남자만 죽일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은 죽어도 그의 정신, 혁명의 정신은 이어질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게바라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고, 제단에 코르다가 ‘게릴라 영웅(Guerrillero Heroico)’이라 명명한 게바라의 사진이 영정처럼 놓였다. 이탈리아 밀라노 광장에도, 네덜란드 아나키스트 단체 ‘프로보스’의 암스테르담 시위대 전위에도, 1968년 5월 파리 혁명의 광장에도 코르다의 게바라(의 사진)가 있었다. 그렇게 그는 혁명의 순교자로 부활했고, 코르다의 사진은 20세기 혁명의 세기의 '가장 상징적'이고도 '유명한' 사진으로, 또 정치·문화 상품의 아이콘으로 확산돼 갔다. 회고록과 평전 표지에, 영화 포스트에, 1960, 70년대 반문화운동 활동가들의 티셔츠와 뉴욕 지하철 광고판에, 아일랜드 예술가 제임스 피츠패트릭(James Fitzpatrick)의 저 유명한 붉은 색 바탕의 흑백 예술작품 등으로도 재현됐다.
쿠바는 1997년에야 ‘문학 및 예술작품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베른 협약(Berne Convention)’에 가입했다. 코르다는 자신의 사진에 대한 단 한 푼의 로열티도 받지 못했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혁명주의자였던 코르다는 “체의 이상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기억하며 정의의 대의를 전파하고자 하는 이들이 내 사진을 복제하는 것은 조금도 싫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술과 같은 상품 광고에 체의 사진을 쓰는 데는 단호히 맞섰다. 2000년 그는 한 러시아 보드카 업체(Lowe Lina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5만 달러 합의금을 받아 쿠바 의료기금으로 기부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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