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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은 왜 인기를 얻고, 슈가맨은 무명으로 남았나

입력
2025.02.28 1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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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 선스타인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

캐스 선스타인은 비틀스(왼쪽 사진부터), 밥 딜런, 테일러 스위프트가 유명해진 비결을 이들의 능력에서만 찾지 않는다. 위키미디어 커먼스·EPA연합뉴스·유니버설 뮤직 제공

캐스 선스타인은 비틀스(왼쪽 사진부터), 밥 딜런, 테일러 스위프트가 유명해진 비결을 이들의 능력에서만 찾지 않는다. 위키미디어 커먼스·EPA연합뉴스·유니버설 뮤직 제공

고등학교 시절 로큰롤에 열광했던 로버트 짐머만은 대학 입학 후 포크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전기 기타를 어쿠스틱 기타로 바꾸고 이름도 바꿨다. 1960년대 초 첫 앨범을 내고 훗날 미국 포크 음악의 대표 가수가 된 밥 딜런의 이야기다.

딜런이 명성을 얻기 전 먼저 포크 음악을 선보였던 한 가수는 히트곡 하나 없이 종적을 감췄다. 1950년대 포크 가수였던 코니 컨버스는 2000년대 뉴욕의 대학생들이 컨버스의 앨범을 시장에 내놓은 후에야 세상에 존재가 알려졌다. 디트로이트 출신 싱어송라이터 식스토 로드리게스는 2012년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잊힌 가수였다. 1970년대 발매한 앨범은 미국에서 조용히 묻혔고, 엉뚱하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무엇이 딜런과 컨버스, 로드리게스 간 명성의 차이를 낳았을까. 이들 중 딜런에게만 유명인으로서의 자질이 있었던 것일까.

캐스 선스타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도둑맞은 그림'으로 언론에 노출된 이후 대중의 관심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캐스 선스타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도둑맞은 그림'으로 언론에 노출된 이후 대중의 관심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부가 부를 낳듯 명성이 더 큰 명성으로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넛지'의 공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신간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원제 'How To Become Famous')가 번역 출간됐다. 책은 제목과 달리 유명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는 아니다. 저자는 개인의 능력보다 사회적 영향과 심리적 관점에서 명성을 탐구한다. 오히려 '유명해지는 비결은 없다'는 주장에 가깝다.

책은 비즈니스와 정치, 음악, 문학, 과학, 예술 등 각 분야 시대의 아이콘들을 예로 들어 왜 어떤 사람은 유명해지고 어떤 사람은 명성을 얻지 못했는지 살펴본다. 가령 문학계에서는 동시대에 활동한 제인 오스틴과 메리 브런턴 중 오스틴의 작품만 오늘날까지 읽힌다. 저자는 그 이유를 심리학 연구에서 찾는다.

'멱법칙 분포' '평판 폭포' '네트워크 효과' 등이 명성을 쌓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한다. 멱법칙 분포란 극소수가 성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의 함수적 관계를 의미한다. 부가 부를 낳듯 일단 명성을 얻으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이야기다. 평판 폭포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고려해 군중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을 말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의미 있는 집단의 일원이 되고자 문화적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에는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 진행자로서의 명성이 큰 역할을 했다. 저자의 주장처럼 명성의 달성과 확장은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운과 우연한 사건, 시대정신 등에 더 많이 좌우된다. 역설적으로 우연과 사회적 요인이 결합된 명성을 맹목적으로 동경하는 대신 본질적 가치에 더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캐스 선스타인 지음·박세연 옮김·한국경제신문 발행·328쪽·2만2,000원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캐스 선스타인 지음·박세연 옮김·한국경제신문 발행·328쪽·2만2,0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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