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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국면 특수 누린 전광훈 세력

입력
2025.02.2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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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전광훈 원로목사가 말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전광훈 원로목사가 말하고 있다. 뉴시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와 그 추종 세력이 기어이 3·1절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자유통일당이 주최하는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로, 신고 인원은 5만 명이다. 전 목사는 누누이 "1,000만 명이 광화문에 모이면 (헌법 위의)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윤석열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꺼낼 수 있다"며 '애국 시민'을 한껏 자극해왔다. 언뜻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1,000만 클럽'은 전 목사가 수년째 피력해온 숙원사업이다. 지난해 3·1절에는 총선 승리가, 이번엔 윤 대통령 구하기가 명분이다.

전 목사 측은 탄핵심판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듯했다. 한국일보 '전광훈 유니버스' 특별취재팀이 가본 현장에서 신도들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서명하라"며 용지를 내보였는데, 정작 '탄핵 반대' 문구는 없었다. 전 목사 측의 사업체와 단체 가입서였다. ①좌파 논리에 맞서는 우파 공동체 '자유마을' 가입 ②전 목사 일가의 신문 '자유일보' 정기구독 ③알뜰폰 '퍼스트모바일' 통신사 가입 ④선교카드 가입 ⑤쇼핑몰 '광화문온' 설치·가입 ⑥유튜브 '너알아TV' 등 시청·구독이었다. 모두 가입해야 주사파 척결을 위한 애국 시민으로 입문하는 것이라지만 기만적 상술에 가깝다.

회원을 늘리려 온갖 게 '애국'의 이름으로 포장됐다. 회원 확장을 위한 거점인 자유마을은 총괄팀장과 실행위원, 동대표 등 피라미드 구조로 구성돼 회원 모집과 행사 동원, 모금이 이뤄졌다. 전 목사가 이달 4일 전국 자유마을대회에서 실적 부진을 질타하자 압박을 받은 동대표가 "파라솔을 펴겠다(회원모집)"고 떠나는 광경도 목격됐다. "애국하려면 24시간도 모자란다"는 회원들은 주로 6070세대였다. 공포를 조장하는 '간첩' 얘기를 수시로 유튜브와 현장 설교로 들은 탓이다. 스스로 '선지자'라는 전 목사가 ①~⑥ 가입 목표 달성 시 월 100만 원씩 연금도 준다니 생업마저 접는 애국 시민들도 있었다.

이런 시민을 향해 불법 계엄의 후과로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우자"는 편지를 내보이며 기댔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지난달 전 목사에게 90도로 숙여 인사한 광경은 가관이었다. 변방 취급을 받던 전 목사는 애국 시민을 동원해 거대한 현금 흐름을 만들고, 극진한 대우까지 받으니 우파 실세가 된 걸로 느끼는 듯하다. 전 목사는 이달 20일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반대 집회장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앞으로 국정운영할 때 상의 좀 하자"고 했다. "계엄령을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주말 광기 어린 집결이 무사히 지나간 뒤 헌재 탄핵심판 선고를 계기로 전광훈 세력이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한다. 변방으로.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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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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