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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89년 된 기업 슈나이더의 신임 한국법인장 권지웅 대표 "AI 좌우하는 쿨링 사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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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89년 된 기업 슈나이더의 신임 한국법인장 권지웅 대표 "AI 좌우하는 쿨링 사업 확대"

입력
2025.02.20 05:00
수정
2025.02.20 16:05
0 0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요소가 전력과 냉각이다. AI 반도체와 서버가 설치된 데이터센터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또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며 열을 내뿜는 데이터센터를 적절하게 식혀주는 냉각장치가 없으면 AI를 제대로 구동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전력과 냉각은 AI의 시작과 끝이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전력과 냉각 기술을 모두 갖춰 AI 시대에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한국 법인을 새로 맡은 권지웅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신임 대표를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올해부터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를 이끄는 권지웅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슈나이더의 전력과 냉각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89년 된 슈나이더는 대포를 만드는 업체였다. 권 대표 뒤로 보이는 두 줄이 그어진 회사 로고가 대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기찬 인턴기자

올해부터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를 이끄는 권지웅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슈나이더의 전력과 냉각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89년 된 슈나이더는 대포를 만드는 업체였다. 권 대표 뒤로 보이는 두 줄이 그어진 회사 로고가 대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기찬 인턴기자


프랑스의 삼성 같은 기업

189년 역사를 지닌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원래 대포를 만드는 군수 업체였다. 독일과 분쟁이 잦았던 국경지역 알자스 로렌에서 아돌프와 조셉 유진 슈나이더 형제가 1836년 설립한 이 업체는 그 지역의 풍부한 철과 석탄을 이용해 대포를 주조했다. 이후 철강과 산업설비, 조선업을 거쳐 20세기 들어 기관차 제조, 전력, 산업 자동화 분야로 사업을 전환했고 2000년대 이후 IT를 이용한 에너지 솔루션업체로 거듭났다.

전 세계 15만 명의 직원을 둔 이 업체는 프랑스 시총 기준 3위 업체로 '프랑스의 삼성'으로 통하며 2023년 약 55조 원 매출을 올렸다. 국내 법인은 1975년 설립됐으며 전북 익산에 전력 관련 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한다. 국내 법인 매출은 2023년 기준 약 3,070억 원이다.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권 대표는 IBM, 아카마이, 오라클 등 세계적 IT기업을 거쳐 2018년부터 슈나이더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신임 대표를 맡으면서 몽골까지 총괄한다. "매출 규모에 맞춰 관리 조직을 꾸리면서 몽골까지 총괄하게 됐어요."

덴마크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그린마운틴'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기술을 이용해 빙하계곡에서 끌어온 냉각수로 열을 식힌다. 특히 냉매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유명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제공

덴마크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그린마운틴'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기술을 이용해 빙하계곡에서 끌어온 냉각수로 열을 식힌다. 특히 냉매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유명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제공


엔비디아와 손잡은 냉각 기술

AI의 부상과 함께 요즘 슈나이더가 강조하는 것은 냉각이다. AI 서버의 발열량이 높아지면서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45%가 열을 식히는 냉각에 쓰이고 있다. "과거 데이터센터에서 서버를 설치하는 선반 하나당 소비 전력이 20㎾였는데 지금은 AI 반도체가 장착된 AI 데이터센터의 선반 하나당 소비 전력이 130㎾로 급증했어요. 그만큼 AI 데이터센터는 열을 잡는 것이 중요해요."

냉각은 공기를 이용한 공랭식과 물을 활용한 수랭식이 있는데 이 중 슈나이더는 수랭식을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다이렉트 냉각 방식을 선호한다. 다이렉트 냉각은 AI 반도체 위에 물로 열기를 식히는 장치를 얹는 방식이다. 이 장치를 AI가 통제한다. "데이터센터 내 선반마다 전력 소모가 달라 발열량이 차이 나요. AI가 선반에 설치된 감지기를 통해 온도를 확인한 뒤 여기 맞춰 선반별로 차별화된 냉각을 하죠."

이를 위해 슈나이더는 지난해 미국 1위 냉각기술 업체 모티브 에어를 약 1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 엔비디아와 냉각 기술 제휴도 맺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터에 슈나이더의 냉각 기술을 함께 제시한다.

현재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는 슈나이더의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참여 가능성이 있다. "스타게이트 참여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기대를 하고 있죠."


M&A 후보로 10개 기업 검토 중

전력 분야에서는 배전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사전에 전력을 비축했다가 정전이 발생하면 비상 가동하는 무정전전원장치(UPS)로 유명하다. "배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죠. 특히 전체 건물의 배선 보호를 위한 전기 차단 기술이 뛰어나요."

이 업체가 오랜 세월 빠르게 사업을 전환하며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인수합병(M&A)이다. M&A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미국 주택과 건물을 보면 'S'자가 표시된 속칭 두꺼비집, 즉 전원 공급장치가 있는데 이를 만드는 스퀘어D도 슈나이더가 전력 사업을 강화하며 인수한 미국 1위 배전기 업체다.

한국에서도 과전류를 차단해 공장의 모터 설비를 보호하는 과전류 계전기를 만드는 국내 EOCR을 인수해 익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익산 공장에서 만드는 과전류 계전기는 국내 시장의 50%를 차지하며 해외에도 수출된다. 또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 아비바코리아도 인수했다.

앞으로 M&A는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전력을 비롯해 디지털전환에 필요한 기술을 갖춘 곳 등 좋은 M&A 대상을 찾고 있어요. 올해도 10개 기업을 주시하고 있어요. 가치 있는 곳에 과감하게 투자할 방침입니다."

AI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한다. 사내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중국 딥시크의 AI뿐 아니라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도 사용하지 못한다. "자체 개발한 AI와 제휴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 AI를 활용해요."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다양한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며 변신을 추구했다. 권지웅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대표는 "M&A 대상으로 기술력 있는 기업 10곳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류기찬 인턴기자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다양한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며 변신을 추구했다. 권지웅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대표는 "M&A 대상으로 기술력 있는 기업 10곳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류기찬 인턴기자


여성을 먼저 뽑는 5 4 3 원칙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3가지를 중요하게 꼽는 이 업체는 '5 4 3 원칙'이라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사원의 50%, 중간 관리자의 40%, 임원의 30%를 여성으로 뽑는 원칙이다. "기계적으로 성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비슷하면 여성을 먼저 뽑아요."

8 대 2 원칙도 있다. 100여 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답게 각국 법인이 직원을 뽑을 때 80%를 현지인, 나머지 20%를 외국인으로 채우는 원칙이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한국법인은 대만인이 재무총괄을 맡고 있고 일부 법인은 직원의 50%가 외국법인 소속이에요.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싶으면 지원해 옮길 수 있어요."

올해 국내 진출 50주년을 맞은 이 업체에 한국은 각별한 시장이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지만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여 변화무쌍하고 여러 가지 도전이 존재하는 시장이에요. 그래서 본사에서는 한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요. 전 세계 기업이 각축을 벌이는 곳이기 때문이죠. 이곳에서 국내 기업들의 지속성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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