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북 '공동 개최' 만장일치 건의
자료 배포했다가 '내용 다르다' 사과
대한체육회 "정식 안건 상정 안 돼"
"도민 혼란 부추겨… 희망고문" 비판

김관영 전북지사가 11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성공 기원 다짐대회'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혼선을 빚어 죄송합니다. 전북체육회에서 보낸 자료를 전달했으나 부서에서 대한체육회에 확인한 사항과 달라 다시 한번 보내드립니다."
2036 하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한 전북도가 추진 과정에서 부실한 행정 능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북체육회가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서울과 전북 올림픽 공동 개최 권고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고 작성한 보도자료를 도가 그대로 배포했다가, 대한체육회에서 '공동 개최 안건이 공식 상정되지 않았다'는 정반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부랴부랴 해명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다.
19일 전북도와 전북체육회, 대한체육회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2036 하계 올림픽 국내 유치 신청 도시 평가 결과 등을 심의했다. 이날 안건은 '서울 단독 개최'와 '전북 단독 개최' 두 가지만 통과됐다. 전북도는 그동안 서울시와 공동 개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 왔지만, 서울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정식 안건(안) 조차 올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사회 임원 일부가 올림픽 유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공동 개최 추진 방안 필요성을 건의해 논의가 이뤄졌다. 회의를 주재한 김영오 경남체육회 회장(대한체육회 회장 직무대행)은 자리에 있던 임원 전체에 의견을 물은 뒤 동의를 구했다. 대한체육회 정관상 통지되지 않은 새 안건의 경우 참석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상정·의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임원 20명 중 2~3명이 자리를 비우면서 의사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결국 정식 안건 상정도 무산됐다.
하지만 전북체육회는 공동 개최 권고안이 만장일치로 건의됐다는 보도자료를 작성해 도에 전달했다. 도 역시 이 내용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체육회에서 "공동 개최가 정족수 미달로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는 자료를 냈고, 도는 곧바로 내용이 잘못됐다며 사과했다. 도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이사회 심의 내용을 확인했으나 '전북체육회 자료가 맞다', '부대 의견으로 제시된 내용이다' 등 의견이 분분해 정확한 상황 파악이 안 됐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 신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올림픽 유치 의지와 글로벌 톱5 도시 진입을 위한 비전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 바람대로 공동 개최가 이뤄지려면 서울시 동의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줄곧 "(전북과) 공동 개최는 고려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영오 경남체육회 회장은 "이사회는 대한체육회 총회에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뿐 모든 결정 권한은 총회에 있다"며 "이사회가 의견을 줬다고 해서 총회가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는 공동 개최 가능성에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도 관계자는 "단독 개최에 최선을 다하지만, 서울시가 제안하면 (공동 개최를)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동 개최 상대인 서울시를 설득조차 못하면서 전북만 내심 기대를 거는 우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문옥 전주시민회 사무국장은 "도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데 되레 도가 혼란만 부추기고 희망고문을 한다"며 "의욕만 앞서고 전략은 없는 도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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