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자민 TPNW 파견 철회에 분노
자민 예산안에 딴지 걸며 독자 행보
7월 참의원 선거 정면충돌 가능성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해 10월 27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총선 참패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1999년부터 26년간 유지돼 온 일본 연립정권 '자민·공명당 연합'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정책 관련 이견을 보이는 것은 물론, 선거 연대도 흔들리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지난해 10월 총선 참패로 소수 여당이 된 처지라 공명당마저 등을 돌리면 이시바 시게루 정권은 무너지게 된다. 일본 정치권에선 공명당이 예상치 못한 '이시바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14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공명당 간 갈등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격화하고 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연대마저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양당 사이가 틀어진 건 자민당에 대한 공명당 내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자민당이 최근 핵무기금지조약(TPNW) 제3차 서명국 회의에 자당 의원 파견을 철회한 게 기름을 부었다. 자민당은 올해가 나가사키·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80년인 만큼,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TPNW 회의에 자당 의원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공명당과 일본 시민단체들은 애초 자민당에 '일본 정부 옵서버 참가'를 요구했지만, 자민당은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제공받는 입장을 고려해 거절했다. 다만 '특별한 해'라는 점을 감안, 자민당 의원을 파견하는 대안으로 공명당과 보조를 맞추려 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이시바 시게루(왼쪽 두 번째) 일본 총리와 이시이 게이이치(맨 왼쪽) 당시 일본 공명당 대표가 사이타마현 소카시 총선 유세 현장에서 같이 손을 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소카=교도·AP 연합뉴스
그러나 자민당은 지난 4일 "의원 파견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돌연 '없던 일'로 만들었다. '평화'가 당의 핵심 가치인 공명당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공명당의 한 의원은 아사히에 "자민당 의원 파견 철회를 들은 당 간부들이 격하게 분노했는데, 회의에서 이렇게 화를 낸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공명당 내부에서는 "무례한 자민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정작 자민당은 "공명당이 연립정부를 이탈할 일은 없다"며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자민당의 이런 여유와 달리, 공명당은 최근 독자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예산안 쟁점 중 하나인 '103만 엔(약 948만 원)의 벽'(소비세 부과 기준) 인상을 두고 자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민당은 123만 엔으로 인상하는 안을 정리했지만, 공명당이 기자들에게 "(123만 엔보다) 더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자민당 안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쉽게 합의해 온 중의원 선거구 획정 문제도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양당은 도쿄 도내 중의원 30개 선거구 획정 문제를 협의 중인데,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양당의 갈등이 7월 참의원 선거 때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패할 경우 이시바 정권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아사히는 "7월 선거를 앞두고 자민·공명당이 정면충돌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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