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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관세폭탄’ 피할 수 있나

입력
2025.02.08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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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생산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생산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개한 ‘관세전쟁’의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칼날이 동맹과 우호국까지 겨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자유무역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경우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일단 한 달의 시간을 벌었다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국내 기업은 201곳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가전·2차전지 등의 업종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은 미국 내 공장을 적극 활용하더라도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멕시코·캐나다 공장의 일부라도 미국으로 이전하는 건 현실적으로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중국에 대한 10% 추가관세 발효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많게는 80%에 달하는 대중국 수출 중간재(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선 트럼프의 압박을 최대한 늦출 필요가 있다. 2023년 말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 8위(510억 달러) 국가이고, 철강·반도체·자동차(부품) 등 미국이 겨냥할 만한 품목이 많은 터라 트럼프의 지금 기세를 감안하면 관세전쟁 대상국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트럼프는 이미 우리를 ‘머니 머신’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북미 통합경제권인 멕시코·캐나다를 첫 대상으로 삼은 데 이어 유럽연합(EU)을 공개 거론한 점을 감안하면 당장의 우선순위는 아닌 듯하다. 다소간의 시간을 번 셈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사실상 ‘권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트럼프 측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는다”며 차기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로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타결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까지 끌어와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현 상황을 적극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협상 과정에서 대미 투자 규모가 커서 현지 고용창출 기여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주요 제조업의 기반이 중국과 겹치는 만큼 중국산 대체제로 기능할 수 있음을 부각할 필요도 있다. 주요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기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 공백을 외교적 역량으로 메울 수 있느냐가 우선 과제다.

그렇다고 정부의 외교 역량과 기업들의 투자가 트럼프와 미국에만 맞춰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실용적·실리적 접근이 필수다. 한미 우호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가운데 국익적 관점에서 한중관계도 적극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양정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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