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일루마 i’ 공개
터치스크린·일시정지 탑재
KT&G ‘릴’에 밀려 2위
신제품으로 1위 탈환 시도
“非연소 제품 전환 집중”
윤희경 한국필립모리스 대표가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필립모리스 제공
말보로는 박물관으로 보내겠다.
윤희경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윤희경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사 대표 담배 브랜드 '말보로(Marlboro)'와 이별을 알렸다. 1972년부터 50년 넘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담배 중 하나다. 경쟁사나 금연 단체에서나 주장할 법한 말보로의 '은퇴' 선언을 필립모리스 주요 경영진이 꺼낸 셈이다. 윤 대표는 "담배 연소 과정에서 다양한 유해 물질이 생성된다"며 "필립모리스는 연소 종말을 꿈꾼다"고 했다.
그렇다고 필립모리스가 담배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 담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연초 고형물을 가열한 뒤 나오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2008년 필립모리스는 비(非)연소 제품 개발을 시작해 2014년 세계 최초로 아이코스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비연소 제품 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125억 달러(약 18조 원). 윤 대표는 "흡연을 시작하지 않거나 끊는 게 가장 좋다"면서 "끊을 수 없다면 조금 더 과학적으로 (건강에 덜 해롭다고) 입증된 대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필립모리스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 i' 출시 행사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날 필립모리스가 비장의 카드로 꺼낸 제품은 '아이코스 일루마 아이(i)' 시리즈다. 2023년 2월 아이코스 일루마 원을 출시한 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제품이다. 기존 아이코스에 없던 터치스크린을 담아 기기 예열 상태, 잔여 사용 시간과 사용 횟수 등을 볼 수 있도록 한 게 가장 큰 특징. 또 급하게 전화가 오거나 예상치 못한 미팅이 있을 경우 최대 8분 동안 사용을 멈출 수 있는 일시 정지 기능도 추가됐다. 연속 흡연도 1회 늘려 3회까지 가능하고 개개인 사용 패턴을 분석해 최대 6분 동안 4회까지 추가 흡입(플렉스 퍼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터치스크린, 일시 정지, 플렉스 퍼프 등 세 가지 기능을 모두 담은 기기는 국내에서 일루마 i가 유일하다고 한다.
필립모리스가 생산하는 담배 말보로.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신제품 출시로 전자담배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7년 국내 출시 이후 시장 점유율 90%에 육박했던 아이코스는 2022년부터 후발 주자인 KT&G 릴 시리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는 2023년 아이코스 일루마 원을 출시하며 1위 탈환을 공언했으나, 순위 변동은 없었다. 2024년 3분기 기준 릴과 아이코스 점유율은 46%, 45%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루마 i 출시를 통해 아이코스가 1위 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라고 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올해 기존 아이코스 제품 가격을 내리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윤 대표는 "점유율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일반 담배에서 비연소 제품으로의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담배 출고량 중 비연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그는 “(2017년 아이코스 출시 후) 7년 만에 만들어낸 성과”라며 “한국에 존재하지 않던 비연소 시장을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일루마 i는 13일부터 전국 아이코스 공식 판매처 및 편의점,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된다. 7일부터는 전국 9개 아이코스 직영 매장 및 온라인 스토어에서 사전 구매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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