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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석방 땐 수사 불응·공범 회유 우려... 심우정 총장 '기소 불가피' 결론

입력
2025.01.27 04:30
수정
2025.01.27 10:4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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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수사 필요했지만 성과 나올지 불분명
지시 받은 공범들 모두 구속... 형평성 고려
법조계 "최악 결과 우려해 차악을 택한 것"

윤석열(왼쪽 사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윤석열(왼쪽 사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검찰이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것은 석방할 경우 향후 수사와 재판에 미칠 악영향이 너무 크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풀려나면 이미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공범들이 재판 과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석방 후 수사에 불응하거나 진술을 거부하면, 검찰은 얻는 것 없이 '대통령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 '차악'을 선택한 셈이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국 검사장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윤 대통령 사건의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는 방안과 함께 일단 석방한 뒤 보강수사를 이어가는 방안도 나왔다. 내란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석방'까지 고려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실제로 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윤 대통령 사건을 송부 받은 뒤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하면서 "아직 필요한 수사가 많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일단 기소하면 윤 대통령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검찰이 막판까지 고민했던 이유다.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 향후 공소유지 단계에서 유죄를 받아내야 할 검찰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결국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하기로 결정한 건 보완수사 기회를 포기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구속 상태를 유지하는 게 실익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이 아무리 "보강수사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해도,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대통령을 봐줬다"고 받아들일 게 뻔하다. 특히 현직 대통령 신분인 윤 대통령이 불구속 재판을 받을 경우, 이미 구속기소된 12·3 불법계엄 사건의 핵심 피고인들의 진술이 대통령 측의 직·간접적 회유에 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윤 대통령 내란 수괴 혐의 주요 증거는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군 사령관급 공범들의 진술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의 조직범죄에서도 주범의 지시가 물증으로 남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간부들 진술이 대부분"이라며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증거를 추가로 수집하려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사령관들 진술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향후 수사에 불응하거나 재판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 역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에는 내란 사건 수사권이 없다"는 핑계로 출석에 불응하거나,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형사소송법 110조) '공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111조)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 게다가 법원은 동일범죄에 대한 구속영장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다시 발부해주기 때문에, 검찰이 재차 윤 대통령을 구속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보강수사를 하려다 아무런 성과 없이 윤 대통령을 불구속기소해야 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구속기소된 다른 공범들과의 형평성도 감안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중대사건 피의자인 대통령을 대면조사 한 번 못한 채 기소하는 게 검찰로서는 부담됐을 것"이라며 "양자택일 상황에서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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