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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 대통령 내란 수사… 계엄 54일 만에 구속기소

입력
2025.01.26 19:16
수정
2025.01.26 20:3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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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사건이첩요청권 행사로 경쟁 정리
검찰, 사실상 尹 '내란 수괴' 공소장 구성해
초유의 현직 대통령 강제수사는 진척 없어
법원의 구속 연장 불허에 심우정 총장 기소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2·3 불법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조사부터 체포, 구속, 기소까지 논란도 적지 않았다. 계엄 선포 이후 구속기소까지 54일간의 수사 경과를 되짚어봤다.

초반 수사 경쟁, 공수처 '이첩 요구'로 정리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이 지난해 12월 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검찰과 경찰 측에 윤석열 대통령 불법계엄 사태와 관련한 사건 이첩을 요청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이 지난해 12월 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검찰과 경찰 측에 윤석열 대통령 불법계엄 사태와 관련한 사건 이첩을 요청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 종료 당일부터 검찰·경찰·공수처에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고발장이 쏟아져 들어왔다. 수사기관들은 각자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 공수처는 수사 인력 전원을 투입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경찰 특수단과 공수처는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렸다.

초반 수사는 검찰이 앞서갔다. 12월 8일 자진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한 검찰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지휘부를 구속했다. 공조본은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자택을 압수수색했지만 이미 주요 인물의 신병은 검찰이 확보한 뒤였다.

수사기관 간 경쟁은 공수처가 '사건이첩요청권'을 행사하면서 정리됐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 수사 범죄가 다른 수사기관 수사와 중복될 경우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상대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경찰과 검찰은 공수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향후 수사 정당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해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겼다.

계엄 공모자 10명 기소한 檢, 공수처는 제자리걸음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달 15일 김용군 전 제3야전사령부 헌병대장(대령)을 마지막으로 핵심 인물 10명을 구속기소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적용된 이들의 공소장은 윤 대통령 공소장이나 다름없었다. 김 전 장관 공소장에선 윤 대통령(141번)이 피고인보다 더 많이 언급될 정도였다.

공소장에 드러난 윤 대통령 혐의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불법적 계엄 포고령 승인 △국회 봉쇄 및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주요 인사 및 선관위 직원 불법 체포 지시 △선관위 전산자료 영장 없이 압수 시도 등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해 "헌법상의 국민주권제도, 의회제도, 정당제도, 선거관리제도, 사법제도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문란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결론 내렸다.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일사천리로 진행된 군경 지휘부 수사와 달리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강제수사는 순탄치 않았다. 윤 대통령이 세 번째 소환에도 응하지 않자 공수처는 1월 3일 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에 가로막혀 5시간 만에 철수했다. 공수처는 경찰 4,000여 명과 함께 지난 15일 대규모 체포 작전을 다시 펼쳤다. 경호처 직원들이 이전처럼 영장 집행을 막지 않으면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했고, 19일 새벽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마지막까지 예상 빗나간 수사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하지만 수사 성과는 거기까지였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 "비상계엄은 대통령 권한"이란 입장만 밝힌 뒤 입을 다물었다. 이후엔 아예 조사에 응하지 않아 강제 구인, 방문 조사 모두 실패했다. 구치소 밖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불법 수사" "인권 침해" 입장문을 매일 배포했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자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 사태라는 최악의 사법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윤 대통령 구속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봤지만, 서울중앙지법은 24일과 25일 검찰의 연장 신청을 잇따라 불허했다. "공수처법 취지에 비춰봤을 때 사건을 송부받은 검찰이 수사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법원의 불허 결정이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공수처가 송부한 사건의 여러 전례로 봤을 때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수사는 결국 허술한 공수처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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