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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현금결제 비율, 2027년 14%로 '뚝'… 美에 정보·수수료 주기 싫어서"

입력
2025.01.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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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베트남, 현금 결제 비중 급감
아시아, 유럽과 비슷한 10%대로
"'결제 민족주의' 자국 결제망 구축"

2020년 8월 23일 중국 상하이 앤트그룹 사옥 앞에 설치된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로고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2020년 8월 23일 중국 상하이 앤트그룹 사옥 앞에 설치된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로고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아시아 국가들의 현금 결제 비율이 2027년에는 유럽과 비슷한 10%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QR코드 결제 이용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와 베트남의 변화가 눈에 띄는데, 미국으로 향하는 신용카드 개인정보와 수수료를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전자결제서비스업체 월드페이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아시아 지역 14개 국가의 현금 결제 비율이 2027년 14%에 그칠 것이라고 26일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는 2019년 47%보다 무려 33%포인트나 줄어드는 수치로, 현실화할 경우엔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2023년 10%대 후반을 기록했던 유럽의 현금 결제 비율도 2027년 12%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지역의 현금 결제 비율 하락 요인은 인도와 베트남의 변화다. 인도의 현금 결제 비율은 2019년 71%였지만, 2027년에는 10%로 대폭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 정부가 2016년 스마트폰 등으로 즉시 송금이 가능한 통합결제시스템(UPI)을 도입한 덕이다. 닛케이는 "(인도에서) 2023년 UPI를 사용한 결제 규모는 1,310억 엔(약 1조2,000억 원)을 넘었다"고 전했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베트남도 비슷하다. 2019년 현금 결제 비율 90%에 육박했지만, 2023년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7년에는 20%대 초반으로까지 급감할 전망이다. 일본의 2027년 현금 결제 비율 예측치(31%)보다도 훨씬 낮아진다.

미국 신용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카드들이 지난해 2월 8일 미국 일리노이주 버팔로그로브 한 점포에 놓여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신용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카드들이 지난해 2월 8일 미국 일리노이주 버팔로그로브 한 점포에 놓여 있다. AP 연합뉴스

아시아에서 비(非)현금 결제 이용이 늘어난 데에는 '스마트폰 보급 확산'이 있다. 보통 신용카드 보급이 늘어야 현금 결제가 크게 줄어드는데, 아시아 국가들은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아 스마트폰이 보급된 뒤에야 현금 결제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스마트폰 결제를 주도한 영향이 크다. 신용카드 보급이 확산하면 아무래도 비자·마스터카드 등 미국 기반 글로벌 카드 업체를 이용하게 된다. 결제 대금 수수료 지급은 물론 카드 이용자의 개인정보나 매장 정보도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는데,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자국 결제 시스템 이용을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닛케이는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정부 주도로 비현금 결제 시장을 키운 건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려는 '결제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의 영향"이라고 짚었다. 야마가미 사토루 일본 NTT데이터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닛케이에 "동남아 국가들은 해외 결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아시아 결제권'을 확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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