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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구금 위구르족 40여 명 중국 강제 송환 위기… 유엔 "고문 당할 수도"

입력
2025.01.2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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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족 중국 송환 시 학대·고문 위험 주장
2014년 튀르키예로 향하던 중 태국서 구금
이달 8일 돌연 '중국 자발적으로 가라' 요구

지난 11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이민자 구금센터 전경. 신장 지역에서 탈출했다가 구금된 위구르족이 11년째 머물고 있는 곳이다. 방콕=AP 연합뉴스

지난 11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이민자 구금센터 전경. 신장 지역에서 탈출했다가 구금된 위구르족이 11년째 머물고 있는 곳이다. 방콕=AP 연합뉴스

태국에 수용된 위구르족 40여 명이 중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은 이들이 강제로 보내질 경우 고문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4일 태국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유엔 인권위원회는 전날 태국 정부에 ‘위구르족 48명의 중국 송환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보냈다. 유엔 인권위는 “중국 내 위구르족에 대한 처우는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들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본다”며 “고문을 비롯한 잔혹하고 비인도적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48명 중 23명이 당뇨병, 신장 기능 장애, 하체 마비, 피부 질환, 위장 질환, 심장 및 폐 질환을 포함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태국 정부가 의료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위구르족은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 주로 거주하는 무슬림 소수민족이다. 서방은 중국이 이른바 ‘재교육’을 명분으로 위구르족을 강제 노동 수용소에 가두고 탄압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위구르인이 태국에 머물게 된 사연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 300명의 위구르족은 2014년 3월 신장에서 탈출해 튀르키예로 망명하던 중 경유지인 태국에서 적발됐다. 위구르인들은 종교적으로 더 가까운 튀르키예를 정치적 망명지로 선호한다.

지난해 2월 태국 방콕의 이민자 구금 시설 내에서 위구르족 이민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2월 태국 방콕의 이민자 구금 시설 내에서 위구르족 이민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태국 정부는 이들 중 남성 109명을 이듬해 중국으로 송환했고, 여성과 어린이 등 173명은 튀르키예로 보냈다. 나머지 53명은 태국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태국은 난민 협약 미가입국이며 정치적 망명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이들 중 5명은 사망했고, 일부는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징역형을 살고 있다.

남은 이들은 10년 이상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채 이민국에서 마련한 시설에 갇혀 살았다. 태국은 이달 8일 돌연 위구르인들에게 “중국으로 ‘자발적 출국’을 하라”며 서명을 요구했으나, 구금자들은 “(중국에 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거부했다. 태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위구르인 중국 송환 결정은 중국과의 외교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후 국제 인권단체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인권단체 위구르인권프로젝트의 피터 어윈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탈출해 국제법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에게는 추방당하지 않을 분명한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유엔마저 우려를 표하며 송환 저지에 나선 셈이다.

중국은 위구르족 탄압 가능성을 부인한다. 이번 강제 송환 논란을 두고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태국, 두 주권국 간 사법 협력의 문제”라며 “유엔은 회원국의 사법 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마코 루비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은 취임 전 연방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태국은 미국의 매우 강력한 파트너이자 역사적 동맹”이라면서도 위구르족 강제 송환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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