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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회창?...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 대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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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탄핵 정국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굳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최근 흔들리자 야권에서 한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줄곧 대세론을 유지하다가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노무현 돌풍’에 꺾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입니다.
불과 한 달 전 여론조사에서만 해도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질 정도로 절대 강자였습니다. 실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 여론조사에서 38%를 획득해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건데요. 물론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21%나 되긴 했지만 이 대표는 나머지 8명의 여야 후보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많았습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야권의 차기 대권 선두주자인 이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인 반면 그의 경쟁자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지지율은 ‘한동훈 지도부’ 붕괴와 맞물리며 급하락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견고해 보였던 독주체제는 2주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기관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진 겁니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28%. 극우의 아이콘 격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처음으로 13%로 치고 올라왔고, 지난 23일 공개된 같은 조사 결과(이재명 28%∙김문수 14%)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재까지 선두를 유지하지만 대세론에 안주해 두 번이나 낙선한 이회창 전 총재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 섞인 제언이 당 안팎에서 나온 배경입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이회창이 두 번이나 낙선할지 누가 알았느냐”며 “이 대표의 최대 적(敵)은 ‘이재명 대세론’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경기고∙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엘리트 집안 출신 금수저인 이 전 총재와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이수한 가난한 소년공 출신인 이 대표는 언뜻 보기에 닮은 구석이 없어 보입니다. 국무총리를 지낸 뒤 현직 대통령(김영삼)에게 픽업돼 정계에 진출, 당대표까지 꿰찬 이 전 총재와 달리 이 대표는 민주당 부대변인부터 시작해 스스로의 힘으로 대표까지 오른 점도 다르고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닮은 점이 있습니다. 막대한 의석수를 보유한 정당의 수장으로 대통령에 견줄 만한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며 일찌감치 차기 대권 대세론을 굳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 대표에게 따라붙는 ‘여의도 대통령’이란 수식어의 원조도 이회창 전 총재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민주당의 170석은 2000년 이 전 총재가 이끈 한나라당의 133석보다 훨씬 많습니다. 더 강력한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거지요.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직자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횟수는 29회에 달합니다. '이재명 포비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당내 반대 세력을 품지 못하는 점이 닮았습니다. 이 전 총재는 1998년 재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내 2인자로 군림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그를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대선 경선을 놓고 이 전 총재와 갈등을 벌인 박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 한국미래연합이라는 신당을 창당합니다. 이 대표 역시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문(재인) 학살’에 비유될 정도로 당내 경쟁자들을 내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세론을 형성하지 않았나고 반문할 겁니다. 맞습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신조어도 문재인 대세론에서 나왔으니까요.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8년 전 박근혜 탄핵정국에선 문재인∙반기문∙안철수 3강 구도가 형성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지금 이 대표를 향한 것처럼 크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급작스럽게 대권을 포기한 후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라는 경쟁자가 있었습니다. 실제 2017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안 의원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등 ‘안철수 바람’이 불자 그는 의원직까지 내던지며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고요.
민주당 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선두주자로 앞서갔지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를 포함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광역단체장들이 출사표를 내던지면서 컨벤션 효과를 누렸습니다.
긴장 요소 없이 결말이 뻔한 드라마는 재미가 없는 것처럼 경쟁자가 없는 민주당 대선 경선은 흥행에 실패할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세론에 안주했다가 두 번이나 낙선한 이 전 총재가 다시 등장한 배경입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2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최근 지지율 하락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명계 일각에선 제기된 ‘민주당 일극체제’ 우려와 관련해 “정당은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이 대표가 자신의 최대 적인 ‘이재명 대세론’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지켜봐야겠습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리서치나 NBS,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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