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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금리 내려야" 연준 압박했지만... 채권시장은 잠잠

입력
2025.01.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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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시기에 파월 의장 만날 것"
WEF에서는 "사우디가 유가 내려야"
시장 예상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올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 서명 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 서명 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열릴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꾸준히 금리 인하 압박 발언을 해온 만큼 시장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 중 "금리를 낮추기 위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 의장과 직접 대화하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준이 그런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강력한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기구인 중앙은행에 대해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미다. 금리가 얼마나 떨어져야 하냐고 보냐는 질문에는 "많이(a lot)"라고 간단히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화상 연설로 참여,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 인하를 요청하고, 유가가 내리면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가 우리를 따라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채권과 금리 선물시장 등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10년 만기물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65% 수준이었는데,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0.04%포인트 오른 정도로 큰 차이가 없었다. 뉴욕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미국 기준금리 기대치를 보여주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이달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올해 첫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9.5%로 가리켰다. 전날 대비 0.6%포인트 오른 수치다.

기준금리 결정권은 전적으로 연준에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꾸준히 연준에 간섭하는 듯한 발언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8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자는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최소한의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연준 사람들이나 의장보다 더 나은 직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내년 5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거의 반응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열린 FOMC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사퇴를 요구하면 그만둘 것이냐"는 질문에 "안 하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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