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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파트너' 아닌 '부부' 됐다"… 태국, 동남아 최초 동성혼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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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 20년간 서로 사랑했지만 부부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마침내 우리 가족은 하나가 됐다.”
23일 태국 방콕에서 혼인 신고를 한 40대 여성 커플 룽티와 탕카노프스트와 판라비 총탕사탐은 방콕포스트에 이같이 말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2년 전 결혼식을 올린 뒤 법적 신고를 하러 구청에 갔을 때, 둘 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던 일은 이제 과거가 됐다. 두 사람은 “사회가 우리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법은 우리를 받아들였다. 이제 세상 앞에 당당하게 부부로 설 수 있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태국에서는 이날부터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한 ‘결혼평등법’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네팔에 이어 세 번째로 동성혼을 법적으로 허용한 국가가 됐다.
해당 법은 혼인 주체를 ‘남녀에서 ‘두 개인’으로 규정했다. ‘남편’과 ‘아내’라는 단어도 ‘배우자’라는 성중립적 표현으로 바꿨다. 이날부터 부부 중 한 사람이 태국 국적이고 18세 이상이면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 신고를 하고 부부로 인정받는다. 상속, 세금 공제, 입양 등에서도 이성 부부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시행 첫날인 이날 방콕시 주최로 시내 대형 쇼핑몰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300여 쌍에 달하는 성소수자(LGBTQ+)가 혼인 신고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긴 줄을 섰다. 웨딩드레스를 맞춰 입은 남성들과 백발의 60대 두 여성, 경찰 제복을 입고 나타난 동성 커플까지,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사실혼을 넘어 법적으로 ‘가족’이 된 이들은 혼인 증명서 수령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2년간 사귄 남자 친구, 입양한 7세 딸과 함께 행사장에 나온 니나 추아드쿤토드는 “남편이나 딸이 아파도 법적 관계가 아니어서 (병원 등을 이용할 때) 불편함이 많았다”며 “이제 내가 두 사람을 더 잘 돌볼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17년간 연인으로 지내 온 남성 커플이자 태국 유명 배우인 아피왓 아피왓사이리와 사파뉴 파나트쿨도 이날 부부가 됐다. 아피왓은 AFP통신에 “모든 종류의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가족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동성애가 불법으로 여겨지는 다른 나라의 성소수자들을 향해선 “태국 사례가 여러 나라에 빛을 비춰 평등을 향해 투쟁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이날 태국 전역의 행정사무소와 해외 태국 대사관·영사관에서도 성소수자 커플 혼인 신고를 받았다. 성소수자 단체 방콕프라이드는 법 발효 첫날에만 1,000쌍이 공식 부부가 됐다고 추산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성애 커플과 동일한 결혼을 위해 10년 넘게 싸워 온 태국 LGBTQ+ 커뮤니티의 중대한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이기 위해 태국 정부는 시스템을 정비하고 혼인 신고를 처리할 공무원 교육까지 나섰다. 방콕 행정 당국은 최근 직원 대상 워크숍에서 “사회와 법은 준비가 됐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공무원들의 이해”라고 강조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꿈 같지만 꿈이 아니다. 모두에게 축하를 전한다. 오늘 무지개 깃발이 태국에 자랑스럽게 휘날리고 있다.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는 만큼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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