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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출석한 날 매출 70% 줄었다"… 헌재 인근 상인들 '울상'

입력
2025.01.23 18:00
수정
2025.01.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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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
삼엄한 경비에 인근 상권 매출 '뚝'
직장인·외국인 관광객 북촌 외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도로가 경찰버스 차벽으로 통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도로가 경찰버스 차벽으로 통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죄송한데 아마 오시기 어려울 거예요. 오늘은 예약 못 받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옆 건물의 한식당 직원은 점심 단체 예약 전화가 오자 이같이 거절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 대통령이 이틀 전인 21일부터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하면서 헌재 인근 경비와 통제가 강화돼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날 헌재 주변엔 기동대 54개 부대 3,5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헌재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안쪽부터 바리케이드(경찰저지선)가 양옆에 세워져 출근길 시민들은 좁은 틈을 비집고 지나야 했다. 20여 대의 경찰버스가 헌법재판소를 에워쌌고, 헌재 앞 북촌로 4차선 도로 중 2개 차선도 경찰버스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 도착 시간이 임박한 오전 11시 40분부터는 헌재 직원이나 기자가 아니면 헌재 정문 반경 100m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통행을 통제할 예정이니 사원증을 꺼내라"고 안내했다. 반경 100m 밖에 있는 안국역 부근을 지나는 시민들도 경찰에게 일일이 용무를 밝혀야 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허유정 기자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허유정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헌재 맞은편 일식집에서 일하는 여모(50)씨는 "여긴 점심 장사로 버티는 곳인데 대통령이 온 그저께 매출이 70% 이상 줄었다"며 "지지자들이 고성을 지를 때면 서부지법처럼 폭동이라도 일어날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헌재 앞 북촌로로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곳곳에 세워진 바리케이드와 차벽을 보고는 "이 아름다운 동네가 어쩌다…"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일주일에 두 번은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는 직장인 정태형(37)씨는 "직장인의 점심 식사는 시간이 생명인데 식당까지 가는 길이 너무 복잡해졌다"며 "밥을 허겁지겁 먹기 싫어서 대통령 변론기일엔 안 올 것 같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 촬영지를 구경하러 왔다는 프랑스 관광객 마넬(24)은 "예쁜 카페를 찾아왔는데 화난 시민과 경찰이 싸우는 걸 보니 겁난다. 인사동으로 넘어가야겠다"고 아쉬워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허유정 기자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허유정 기자

헌재 근처에선 탄핵 찬반 집회도 계속됐다. 헌재에서 약 270m 떨어진 서울노인복지센터 앞 탄핵 반대 집회에선 오후 1시부터 "명분실종 탄핵무효" "4·15 부정선거(2020년 21대 총선) 밝혀라"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 기각 소식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던 박모(37)씨는 "헌재가 방통위원장 탄핵을 기각했듯이 계엄의 정당성을 인정하길 바란다"면서도 "좌편향된 재판관이 많은 만큼 긴장을 풀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안국역에서 개최된 '나라지킴이 고교연합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헌재 재판관 이름을 나열하며 탄핵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에겐 환호를 보내고,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에겐 욕설을 했다. 이에 맞서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행동'은 오후 7시 헌재 인근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문지수 기자
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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