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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또 궤변 "실패한 계엄 아냐... 예상보다 좀더 빨리 끝난 것"

입력
2025.01.24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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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 출석>
김용현 전 장관 앞에 두고 증인신문
원하는 답 얻을 때까지 계속 묻기도
"포고령은 상징성 있어 놔두자고 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스1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마주한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궤변을 쏟아냈다. '거대 야당에 대한 경고'가 12·3 불법계엄 선포의 목적이라고 밝혔던 한 달 전 담화문 내용을 부정하는가 하면, "내가 선포한 계엄은 실패한 계엄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헌재는 23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을 열고 김 전 장관 증인신문을 실시했다. 앞서 헌재는 '김 전 장관을 첫 순서로 해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이날 김 전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윤 대통령 측과 국회 대리인단에 신문 기회를 각각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2시간 30분간 진행된 신문 동안 김 전 장관 입을 빌려 자신을 변론했다. 포고령 작성 경위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자 발언권을 얻어 "12월 1일 또는 2일 밤에 장관께서 그것(포고령 초안)을 관저에 갖고 오신 걸로 기억되는데, 기억나느냐"고 추궁하듯 물었다.

김 전 장관이 수긍하자, "그때 써오신 담화문하고 포고령을 보고 제가 '법적으로 손댈 것은 많지만 어차피 계엄이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사회 법규에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그렇지만 그냥 놔둡시다' 하고 말씀드렸는데 기억이 혹시 나냐"고 재차 물었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대통령께서 평소보다 꼼꼼하게 안 보시고 법전을 찾지 않으시더라"며 즉각 호응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자 "어쨌든 이 포고령은 실현 가능성, 집행 가능성이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까 놔두자고 한 것 같다"고 김 전 장관 답변을 다시 정리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윤 대통령은 파업 전공의 복귀 명령이 포고령에 담긴 경위도 물었다. "전공의 내용은 왜 집어넣었느냐고 웃으며 얘기하니, (김 전 장관이 전공의를) 계도한다는 측면에서 뒀다고 해서 웃으면서 저도 놔뒀는데 기억하고 계시냐"고 말하자, 김 전 장관은 "지금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계엄군 투입과 관련해 불리한 진술을 하자, 신문을 이어가려는 변호인의 말을 가로막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나도 사진을 보고 그러는데, 특전사 요원들이 본관 건물 밖 마당에 주로 있었냐, 아니면 건물 안에 많은 인원이 들어가 있었냐"고 물었다. 그러나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질문을 멈췄다.

김 전 장관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발언권을 얻어 말하기도 했다. 국회 측이 김 전 장관에게 '가장 큰 실패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은 것을 두고 "이것은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좀더 빨리 끝난 것"이라며 "실패 원인이 뭐냐고 묻는 건 다분히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도 '군인들조차 설득을 못 했기 때문 아니냐'는 국회 측 주장엔 "병력 이동 지시는 합법적이기 때문에 따른 것이고, 그 이상 계엄군이 오버를 한 것은 아닌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어떠한 군인들도 정치적 소신과 입장이 다양하고 민주적 철학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생각하는 계엄 목적은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냐'는 재판관 질문에도 윤 대통령은 "선포한 것은 나"라면서 말을 얹었다. 그러면서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대체하는 비상입법기구 설치 지시 의혹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은 이른바 '최상목 쪽지' 작성 및 전달 경위를 모른다고 하면서도 "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같은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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