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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서만 한의사 진료 불가?... 헌재 "평등권 침해"

입력
2025.01.23 12:00
수정
2025.01.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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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시한으로 헌법불합치 결정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선고기일에 자리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선고기일에 자리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정신병원에서만 한의학 진료를 볼 수 없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의료법 제43조 제1항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8명 만장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한의사를 두고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병원, 치과병원, 종합병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한의사가 속한 병원을 운영하던 A법인은 2021년 4월 의료기관 종류를 정신병원으로 변경하면서 보건복지부에 한의 진료과목 설치 가능 여부를 물었다. A씨는 의료법 제43조를 이유로 불가 회신을 받자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병원과 정신병원을 차별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의료법이 바뀌어 온 경위에 주목했다. 2009년 개정 의료법은 병원 내 진료과목 간 협진을 가능케 하면서 요양병원도 대상에 포함했다. 정신병원은 당시만 하더라도 요양병원의 일종으로 규정돼 한의과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2020년 별도 기관으로 분리되면서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헌재는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정신병원을 다른 기관들과 달리 취급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종합병원 내 정신건강의학과와 한의과 간 협진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데다, 정신병원에서 한의사가 진료를 하게 된다고 해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다만 법 효력을 당장 멈출 경우 다른 병원들까지 일제히 한의학 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을 감안해, 올해 12월 31일을 시한으로 법을 개정토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위헌적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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