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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혁 재판관 임명 보류'… 최상목 측, 판단 근거·합의 방법 제시 못해

입력
2025.01.22 13:50
수정
2025.01.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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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최상목에 제기한 헌재 권한쟁의심판>
최상목 측 앞뒤 안 맞는 주장에 질의 중단되기도
"여야 합의가 선출 요건인가" "그렇지 않지만…"
헌재, 1회 만에 변론 종결... 선고기일 추후 공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 측이 법정에서 "여야 합의가 재판관 선출의 법적 요건은 아니다"면서도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아 선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했다. 질문 취지를 벗어난 답변이 반복되자 재판장이 재판관들의 질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2일 '대통령 또는 그 권한대행의 국회 선출 재판관 미임명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최상목 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인 중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고, 야당 몫의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임명을 보류하면서 불거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부작위가 국회 권한을 침해했다며 이달 초 최 대행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최 대행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측 양홍석 변호사는 이날 "헌법 111조 2항이 대통령의 재판관 9인 임명 권한을 규정함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3항에서 국회와 대법원장이 그중 각각 3명씩을 선출해 지명하라고 한 건 이들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조항에서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 요식적 행위"라며 "대통령에게 국회 선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거나 그 시기를 결정할 적극적, 실질적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대통령에게 재량이 있다고 해도 그 재량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자격을 갖춘 재판관을 국회가 선출하면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재량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미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1차 변론에 참석해 있다. 최주연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미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1차 변론에 참석해 있다. 최주연 기자

최 대행 측은 그러나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여야 합의는 오랜 관행이고, 정치적 합의를 넘어 법적 확신을 취득했으니 이에 따르는 게 맞다"고 맞섰다. 다만 해당 관행이 2006년부터 시작됐다는 것 외에 '어떻게 법적 확신까지 얻게 됐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근거를 들지 못했다.

최 대행 측 논리는 재판관 신문 과정에서 다소 엉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선 △여야 합의가 재판관 선출의 절차적 요건인지를 묻는 이미선 재판관 질문에 최 대행 측 임성근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사법부에 판례가 있듯 국회에도 관행이 있어 그것을 따르는 게 맞는데, 이 사건은 관행을 따르지 않아 선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왜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에 대해선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인지를 묻자 "최 대행이 각계 의견을 듣고 판단한 것"이라며 "(야당에서) 먼저 추천한 한 명은 합의가 됐다고 본 것 같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임 변호사 답변과 달리 후보자 3인은 12월 9일에 한 번에 추천됐다. 마 후보자만 임명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셈이다.

"권한쟁의심판이 인용되더라도 이는 처분 의무가 있음을 규정할 뿐, 작위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최 대행 측이 주장하자, 이미선 재판관은 "헌재가 부작위 사건을 인용 결정하면 결정 취지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미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1차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미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1차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김형두 재판관은 최 대행 측의 답변서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 대행 측은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법상 재판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거나 본회의 절차가 부적법하게 이뤄져 선출 절차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경우, 대통령이 해당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대통령의 임명 거부 사례에) 여야 합의가 없는 경우는 예로 들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여야 합의 없음이 답변서에서 주장하는 (대통령의 임명 보류 등)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냐"고 거듭 물었다. 임 변호사는 그러나 "최 대행에게 재판관 임명 권한이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최 대행 측이 계속 재판관들의 질문 취지를 벗어난 답변을 반복하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답변이) 계속 겉돌고 있어서 변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신문을 중단시켰다. 헌재는 이날 변론 절차를 종결하고 추후 선고기일을 정해 통지하기로 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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