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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즉시 세관 검사해보니 '22분' 더 걸려... '검사시간 단축'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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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베트남 호찌민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한 항공편 탑승객들은 비행기 문이 열린 뒤 탑승교를 지나오자마자, 세관 검사를 받아야 했다. 관세청이 마약·총기류 밀반입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세관 검사를 즉시 실시한 것이다. 항공편을 이용해 마약 등을 몰래 들여오려는 마음을 먹은 입국자들에게 법무부 입국 심사대까지 걸어가는 잠깐의 시간도 허락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입국 즉시 검사 안내를 못 받은 승객 일부는 "왜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 등 당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시간도 29분 정도 소요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항공편 승객은 153명으로, 통상 이 정도 규모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모두 내리는 데 7분가량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2분이 더 걸린 셈이다.
갈수록 마약과 총기류 반입이 늘어나자 관세청이 '입국 즉시 검사'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국내에 발붙인 순간부터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취지지만, 입국 지연 등 승객 불편이 예상된다. '위해 물품 밀반입 차단'과 '승객 편의'라는 상충하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이루기 위해 검사 시간 단축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입국 즉시 검사 준비에 분주하다. 21일 찾은 1터미널 2층 동쪽 24번 도착 게이트 앞에는, 출국 심사를 받기 전 볼 수 있는 엑스레이(X-ray) 검색기와 문형 금속탐지기가 한 대씩 놓여 있었다. 이 보안검색 장비들은 특정 항공편 탑승객들의 입국 즉시 마약·총기류 등 위해물품 소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관세청이 설치했다. 여행객을 가장한 마약류 운반책 등이 기내에 들고 탄 수하물(핸드 캐리)이나 신체, 옷에 숨긴 위해물품을 찾아내기 위한 용도다. 엑스레이 검색기와 문형 금속탐지기는 1터미널 서쪽 31번 도착 게이트 앞과 탑승동 122번 도착 게이트 앞에도 설치됐다. 한꺼번에 항공기 3대의 승객들을 대상으로 입국 즉시 세관 검사가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기존 입국 심사 후 입국장 안에서 검사하는 방식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혼잡한 입국장 안에서 마약류를 운반하는 이른바 '지게꾼'을 바꿔치기하는 등 세관 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외여행객이 마약밀수 주요 통로로 악용되기도 한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여행객 마약밀수 적발 건수와 중량은 2021년 86건·14㎏에서 2022년 112건·36㎏, 2023년 177건·148㎏, 지난해는 9월 기준 141건·95㎏으로 집계됐다.
입국 즉시 검사는 미주와 동남아 등 특정 지역에서 들어오는 항공기 중 일부 항공편 승객 전원을 대상으로만 시행된다. 관세청 인천공항본부세관은 오는 3월 말까지 주 1, 2회가량 검사를 하는 등 시범 운영을 한 뒤 4월부터 하루 2, 3회로 검사 횟수를 늘려 정식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문제는 검사 과정에서 여행객들 불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현재의 문형 금속탐지기를 비금속까지 탐지가 가능한 밀리미터파 신변 검색기로 교체할 예정이라 검사 시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승객이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방식의 금속탐지기와 달리 길이가 짧은 파장을 이용해 전신 검색을 하는 밀리미터파 검색기는 피검사자가 정확한 자세를 잡아야 해 한 명당 20~30초가 걸리기 때문이다. 인원 충원도 숙제다. 입국 즉시 검사는 기존 검사와 병행에 이뤄지기 때문에 도착 게이트 한 곳당 15명 정도의 인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관세청은 장애인·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해 줄을 서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방침이다. 2터미널 도착 게이트 두 곳에서도 입국 즉시 검사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관계자는 "여행객의 40%가량은 핸드 캐리 수하물 없이 나오기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는 검사시간이 길지 않았다"면서도 "여행객 불편이 커질 수 있어 시범 운영 기간 시간 단축 방안을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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