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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지켜야" "우익 시대 열렸다"… 트럼프 취임에 착잡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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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에 유럽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마다 '협력'과 '공존'을 강조한 메시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저히 '미국의 이득'만 챙기면서 유럽과의 관계를 등한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짙게 배어 있었다. 반면 일부 극우 성향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반기며 유럽 우경화가 촉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후 유럽에서는 '협력하자'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지도자에 대한 의례적 인사이지만, 전통적으로 유럽에 우호적이던 과거 미국 정상들과 달리 유럽과의 협력에 별다른 가치를 두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고율 관세 압박을 받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EU는 국제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력하기를 원한다"며 "우리가 함께할 때 더 큰 번영을 이루고 공동 안보를 강화할 수 있으며 이것은 대서양 파트너십의 지속적인 강점"이라고 밝혔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우리는 힘을 통해, 나토를 통해 함께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올리라'고 요구해 나토 회원국인 대다수 EU 국가들은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의 군사·경제적 지원 축소를 우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며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유럽이 미국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직설적인 발언도 나왔다. 이날 프랑스 서부 세송-세비네에 있는 군부대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을 두고 "유럽의 전략적 각성을 위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EU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하는 것을 에둘러 비판하며 "유럽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을 겨냥해 "전능한 권력을 쥔 이들에 맞서 유럽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X를 선거 등 정치에 동원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으로 거듭난 머스크와도 각별한 친분을 자랑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X에 "이탈리아는 미국과 유럽 간 대화를 강화하는 데 항상 전념할 것"이라고 썼다. 멜로니 총리는 반(反)이민 등 주요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성을 갖고 있는 데다, 프랑스·독일 등이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어 향후 미국과 EU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유럽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유럽에서 가장 극렬한 친(親)트럼프 인사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으로 유럽 전역에서 우익 정치 세력이 힘을 얻을 것"이라며 "브뤼셀(EU) 점령을 목표로 하는 대공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EU의 '좌파 색채'를 바꾸겠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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