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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호, '직무배제' 요원에 기회 주고 지난해 10월부터 계엄 준비 지시

입력
2025.0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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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공소장>
'직무배제'됐던 정성욱 대령에게 기회
안양 정보사에서 '문상호 수시 독대'
100여단장 직무대리엔 전역 종용 정황도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사전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사전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이른바 '블랙요원 명단 유출사태'로 직무배제됐던 부하 직원을 지난해 10월부터 수시로 불러들여 '12·3 비상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요원 명단 유출사건은 정보사 군무원이 블랙요원 명단 등 기밀을 중국 정보요원에게 빼돌린 사건을 말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기밀 유출 사건 등으로 문책성 인사 조치 대상자였던 문 전 사령관을 구해주고 계엄 임무를 맡긴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징계 대상자에게 기회를 주면서 비선 임무를 맡긴 것이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신원식 전임 국방부 장관이 정보사 개혁의 일환으로 문 전 사령관을 교체하려고 계획했던 것을 뒤집고 취임과 동시에 문 전 사령관의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



"문상호, 직무배제된 정성욱 대령 수시로 불러내"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문 전 사령관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14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시하는 일이 있으면 잘 도와주라'는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직후 정보사 소속 정성욱 대령과 김봉규 대령을 불러 계엄 작전을 수행할 요원 선발을 지시했다. 정·김 대령은 지난해 12월 1일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과 햄버거 가게에서 만나 계엄을 모의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주목할 점은 정 대령은 계엄 준비 당시 불랙요원 명단 유출 사태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으로 직무가 배제돼 있던 상태였다는 점이다.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에만 11차례 정 대령을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정보사의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한 정보사 소식통은 "정 대령이 직무배제되면서 마침 분리파견된 곳이 안양 사무"이었다며 "사령관과 가까이 있었던 덕분에 수차례 독대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본래 정 대령은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31일부터 직무배제되면서 문 전 사령관이 근무하는 안양 정보사령부로 분리파견 조치됐다. 실제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정 대령 출입기록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7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안양 정보사를 꾸준히 출·퇴근했다.

전직 정보사 출신 인사는 "정 대령은 조직 내에서도 공작업무와 요원 관리에 능하다고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며 "기밀 유출사건으로 문책하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문 사령관의 공소장에서 검찰은 정 대령과 김 대령을 "공작요원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정보사 소속"이라고 평가했다.

문 전 사령관이 계엄에 협조적이지 않을 만한 인사를 미리 교체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정보사 예하 100여단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모 대령이 불과 4개월 만에 전역 조치됐기 때문이다. 한 정보사 소식통은 "문 사령관이 비상계엄 직전인 11월 말 정모 대령의 전역을 종용했다고 들었다"며 "내부에선 계엄에 반발할 인사를 미리 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부승찬 의원은 "문 전 사령관이 정모 대령의 전역을 직접 종용했다면 계엄을 위한 인사 조치 중 하나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모 대령은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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