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문상호, '직무배제' 요원에 기회 주고 지난해 10월부터 계엄 준비 지시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이른바 '블랙요원 명단 유출사태'로 직무배제됐던 부하 직원을 지난해 10월부터 수시로 불러들여 '12·3 비상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요원 명단 유출사건은 정보사 군무원이 블랙요원 명단 등 기밀을 중국 정보요원에게 빼돌린 사건을 말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기밀 유출 사건 등으로 문책성 인사 조치 대상자였던 문 전 사령관을 구해주고 계엄 임무를 맡긴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징계 대상자에게 기회를 주면서 비선 임무를 맡긴 것이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신원식 전임 국방부 장관이 정보사 개혁의 일환으로 문 전 사령관을 교체하려고 계획했던 것을 뒤집고 취임과 동시에 문 전 사령관의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문 전 사령관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14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시하는 일이 있으면 잘 도와주라'는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직후 정보사 소속 정성욱 대령과 김봉규 대령을 불러 계엄 작전을 수행할 요원 선발을 지시했다. 정·김 대령은 지난해 12월 1일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과 햄버거 가게에서 만나 계엄을 모의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주목할 점은 정 대령은 계엄 준비 당시 불랙요원 명단 유출 사태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으로 직무가 배제돼 있던 상태였다는 점이다.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에만 11차례 정 대령을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정보사의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한 정보사 소식통은 "정 대령이 직무배제되면서 마침 분리파견된 곳이 안양 사무실"이었다며 "사령관과 가까이 있었던 덕분에 수차례 독대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본래 정 대령은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31일부터 직무배제되면서 문 전 사령관이 근무하는 안양 정보사령부로 분리파견 조치됐다. 실제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정 대령 출입기록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7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안양 정보사를 꾸준히 출·퇴근했다.
전직 정보사 출신 인사는 "정 대령은 조직 내에서도 공작업무와 요원 관리에 능하다고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며 "기밀 유출사건으로 문책하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문 사령관의 공소장에서 검찰은 정 대령과 김 대령을 "공작요원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정보사 소속"이라고 평가했다.
문 전 사령관이 계엄에 협조적이지 않을 만한 인사를 미리 교체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정보사 예하 100여단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모 대령이 불과 4개월 만에 전역 조치됐기 때문이다. 한 정보사 소식통은 "문 사령관이 비상계엄 직전인 11월 말 정모 대령의 전역을 종용했다고 들었다"며 "내부에선 계엄에 반발할 인사를 미리 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부승찬 의원은 "문 전 사령관이 정모 대령의 전역을 직접 종용했다면 계엄을 위한 인사 조치 중 하나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모 대령은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