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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끈한 전두환, "송구하다"던 박근혜...윤석열은 호송차 타고 주차장으로

입력
2025.01.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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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제각각 출석 태도
민주화 이후 6번째... 윤, 첫 '현직' 불명예
윤 대통령은 전날 지지자 의식한 입장문
"저는 잘 있습니다. 여러분 애국심에 감사"

[소환되는 역대 대통령] 1995년 11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12월 3일 경남 합천군에서 압송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에 소환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2017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2018년 3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소환되는 역대 대통령] 1995년 11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12월 3일 경남 합천군에서 압송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에 소환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2017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2018년 3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11월 대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2017년 3월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민주화 이후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여섯 번째 대통령(전직 포함)이 됐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체포된 불명예도 얻었다. 앞서 수사 및 공개 소환에 응한 역대 대통령의 태도는 모르쇠, 발끈, 송구, 지지호소 등으로 갈렸다.

노태우 "죄송"... 전두환은 골목성명

민주화 이후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1995년 11월 1일 대검찰청에 출석한 그는 포토라인에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고 말했다. 조사는 약 17시간 동안 이뤄졌다. 다음날 새벽 검찰청사를 나오면서도 그는 "다시 한번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뒤 차에 올랐다.

하지만 몸을 잔뜩 낮췄던 것과 달리 실제 조사에서는 '모르쇠형'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내내 "모르겠다", "말할 수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는 답만을 반복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보름이 지나 내란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됐고,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28억원을 확정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적반하장식 '골목 성명'으로 맞섰다. 반란· 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상관살해미수죄·뇌물죄 등의 혐의를 받은 그는 1995년 12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그는 소환에 응하는 대신 12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측근에게 둘러싸여 '골목 성명'을 발표하며 발끈했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옛 부하들을 잔뜩 거느린 채였다. 전 전 대통령은 "대통령 김영삼의 문민정부는 5공과 6공에 대해서 과거사 청산이라는 근거도 없는 술책을 통해서 왜곡하려고 했다"며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주장했다.

성명 직후에는 달아나듯 고향 경남 합천으로 향했고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그를 체포했다. 전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뒤로도 "5공화국의 정통성을 수호하겠다"며 단식투쟁을 하다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및 2,205억원의 추징금을 확정받았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모두 포토라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09년 4월 박연차 게이트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출석 조사를 받았다. 노 전대통령은 봉하마을에서 출발하면서도 "국민에게 면목 없다"고 언급했고, 대검찰청에 도착해서는 "면목이 없는 일이죠. 다음에 말하겠다"며 착잡한 표정으로 검찰청으로 향했다. 조사는 약 13시간 동안 이뤄졌고 변호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주로 짧게 답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2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받은 직후였다. 직권남용 등 13개 혐의였고 조사는 21시간 30분가량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구속기소된 뒤로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며 재판 출석을 거듭 거부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0년,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선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특별검사팀의 'BBK 주가조작·횡령 의혹과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 수사를 받았다. 퇴임 이후에는 2018년 횡령 및 뇌물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한 때에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사과를 말하면서도 '시기가 부적절한 정치적 수사'를 받아 억울하다는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같은해 1월 17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보복'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책으로 대한민국의 건강이 흔들리는데 참담함을 느낀다"라며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이 보수를 괴멸시키고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호송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호송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지지자에 "뜨거운 애국심"

윤석열 대통령 태도는 '지지호소형'에 가까웠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동자로 지목돼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서부지법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그는 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호송차를 탄 채 곧바로 지하주차장을 통해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심사 중에는 직접 변론에 나서 약 40분간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등을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변호인단을 통한 옥중 메시지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구치소에 잘 있다"고 했다. 또 "많은 국민들께서 추운 거리로 나와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주고 계시다고 들었다"며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형식적으로라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몸살을 앓는 국가 경제, 심화한 진영 갈등 등을 우려하기보단 자신의 지지자 집결을 유도하는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 첫날에는 묵비권을 행사했고, 둘째 날에는 조사에 불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심사가 실시되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윤 대통령의 지지자가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실신해 구급대원이 출동해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심사가 실시되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윤 대통령의 지지자가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실신해 구급대원이 출동해 있다. 뉴스1


역대 대통령 소환조사 및 영장심사

■ 노태우 전 대통령
- 1995년 11월 1일
- 대검찰청 청사, 17시간 조사
- 반란·내란중요임무종사·상관살해미수죄·뇌물죄
- 입장표명: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대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 결과: 징역 17년 및 추징금 2,628억원 선고

■ 전두환 전 대통령
- 1995년 12월 3일
- 검찰 소환 불응, 구속. 안양교도소 수감 후 검찰 조사
- 반란· 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상관살해미수죄·뇌물죄
- 입장표명: "저는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고향 경남 합천으로 달아나기 전, 서울 연희동 자택 앞 '골목성명'에서)
* 결과: 무기징역 및 추징금 2,205억원 선고

■ 노무현 전 대통령
- 2009년 4월 30일
- 대검찰청 청사, 약 13시간 조사
- 박연차 게이트 관련 뇌물 수수 혐의
- 입장표명: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 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대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 결과: 노 대통령 서거로 수사 중단

■ 박근혜 전 대통령
- 2017년 3월 21일
- 서울중앙지검 청사, 약 21시간 20분 조사
-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8가지 혐의
- 입장표명: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서)
* 결과: 징역 20년,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

■ 이명박 전 대통령
- 2018년 3월 14일
- 서울중앙지검 청사, 약 21시간 조사
- 100억원대 뇌물수수 의혹 등 혐의 (이후 3월 21일 영장실짐심사)
- 입장표명: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국민 여러분께 심리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서)
* 결과: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

■ 윤석열 대통령
- 2025년 1월 18일
- 서울서부지법 영장실질심사
-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 입장표명: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립니다." (출석 전날 변호인 통한 입장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 출석은 포토라인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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