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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능 만점도, 의대 진학 2위 고교도 '미달'···자사고 '특수'는 없었다

입력
2025.01.20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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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특목?자사고 입시 현황 분석
“자사고 지원 늘 것” 교육계 예측 빗나가
“교육 정책 불확실성, 경제 불황 등 여파”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3년 10월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입 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3년 10월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입 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내신 변별력이 줄어드는 새 대입 제도 여파로 자율형사립고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교육계 전망이 빗나갔다. 올해 고교 입시에서 자사고 경쟁률이 전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진학 실적이 좋던 학교 중 일부는 지원자가 모집인원보다 적어 미달되는 굴욕을 겪었다. 오락가락하는 의대 증원 등을 지켜보며 '입시 정책을 믿을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앞에서 전략을 수정하는 대신 예년과 비슷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19일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5학년도 특수목적·자사고 입시 현황에 따르면 전국 31개 자사고(경쟁률 공개 안 한 대구 계성고·부산 해운대고 제외)의 평균 경쟁률은 1.33 대 1이었다. 지난해(1.37 대 1)보다 소폭 하락했고, 지원자 수는 493명 줄어 3.5%나 감소했다.

전통의 진학 명문 자사고들이 미달되기도 했다. 올해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서울 세화고는 입학 경쟁률이 0.91 대 1이었다. 입학 자격을 갖춘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의 휘문고도 0.67 대 1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특히 지원자 수는 전년보다 42.0%(227명)나 줄었다. 휘문고는 지난해 전국 고교 2,380곳 중 전북 전주 상산고에 이어 의대를 두 번째로 많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학교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내신 불리함 줄고, 수능은 원래 강한데… 지원율은 왜?

이는 애초 예상과 다른 결과다. '2028 대입 제도' 개편안이 1년여 전 확정됐을 때, 처음 적용받는 2009년생들이 자사·특목고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학교 내신 성적을 기존 9등급제 대신 5등급제로 구분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기존에는 성적 상위 4% 학생만 1등급을 받았지만 올해 고교 신입생부터는 10%까지 최고 등급을 받는다. 2등급도 현행 11%에서 34%로 대폭 넓어진다.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성적 경쟁이 치열해 좋은 내신 등급을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 불리함이 조금 나아진 것이다. 반면 새 입시 제도에서도 수능은 상대평가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수능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준비에 강점이 있는 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이런데도 자사고 선호율은 왜 높아지지 않았을까.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①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교육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고 ②경제가 어려운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선 예측가능성을 생명으로 하는 입시 정책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지난해 의대 선발 인원을 두고 수험생들이 막판까지 대혼란을 겪은 데다 올해 정원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 과정에서 교육 정책 전반을 신뢰하지 않게 된 학생과 학부모가 늘었고, 고교도 특목고 대신 집에서 편히 다닐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5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민대 입시전문기관 연합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입시 전략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5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민대 입시전문기관 연합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입시 전략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또, 경제 불황 탓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자사고의 1인당 평균 학부모 부담금은 794만 원이었다. 수업료와 입학금, 학교 운영 지원비, 급식비와 기숙사비 등이다.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682만 원·2024학년도 기준)보다 비싸다. 특히 민족사관고(연 3,155만 원)와 하나고(1,171만 원), 상산고(1,098만 원) 등은 부담금만 1,000만 원이 넘는다. 일반고는 2021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면서 등록금과 교과서비를 내지 않지만, 자사고는 학부모가 큰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

외국어고는 강세 "문·이과 구분 폐지로 의대 기회 늘어"

반면 외국어고(전국 28개교) 지원자 수는 올해 7,673명으로 전년보다 5.6%나 늘었다. 이 또한 입시 제도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 대표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문과, 이과 구분이 완전히 사라진다"며 "문과 위주로 운영되는 외국어고 재학생도 의대에 갈 기회가 넓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외국어고에 과거보다 많이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또 외고 학비는 자사고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평균은 조금 더 싸다.

한편, 2025학년도 고입에서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 67개교에 지원한 학생은 총 2만3,602명으로 전체 중3 학생(42만6,000명·2009년생)의 5.5% 수준이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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