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지하철, 고궁, 골프장까지 휘저어... 개체수 늘어난 멧돼지의 '도심 습격'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야생 멧돼지가 도심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주택가를 배회하는 수준을 넘어 지하철, 고궁, 골프장, 학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휘저어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개체수가 늘어난 멧돼지의 도심 습격에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한 '멧돼지와의 전쟁'도 한창이다.
21일 부산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9시 35분쯤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과 두실역 사이 고가 선로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평소 시속 70㎞로 운행하는 전동차는 해당 구간에서 30~40㎞로 서행해야 했다. 멧돼지는 같은 날 자정쯤 차량기지가 있는 종점(노포역)에서 스스로 빠져나가 인근 야산으로 사라졌다.
철로가 놓인 곳에 높은 가림막이 설치된 것과 달리 차량기지는 공간이 트여 있거나 주변이 야산·녹지인 경우가 있는데, 멧돼지가 이곳을 통해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선로에 멧돼지가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 진입로에 대한 전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멧돼지는 부산 지하철 역사에 난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 안에 몸길이 1.5m에 무게 100㎏가량인 멧돼지가 들어와 화장실에 있던 30대 남성의 팔을 물고 고객센터 유리문을 깨는 등 난동을 부리다 사살됐다.
멧돼지의 습격은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심에 멧돼지 출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500건에 육박했다. 지난해 9월에는 도심 관광 명소인 창덕궁에 멧돼지가 나타나 사살됐다.
제주에서는 골프장에도 멧돼지가 나타나 피해를 주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의 한 골프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멧돼지가 땅속 지렁이 등을 먹기 위해 잔디를 파헤쳐 수천만 원대 피해를 입었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5월 한 초등학교 안에서 날뛰던 멧돼지가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죽었다. 다행히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이었다.
멧돼지의 잇단 도심 출몰은 개체수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최인봉 유해조수기동포획단장은 "지난해 부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고, 확산을 우려한 환경부가 사냥개 이용을 금지해 포획 멧돼지 수가 크게 줄었다"며 "그만큼 올해는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 도심에 더 많이 출몰할 것으로 예상돼 시민 안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의 경우 신고로 포획된 멧돼지가 2019년 383마리에서 2023년 803마리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273마리로 급감했다.
지자체들은 속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멧돼지의 도심 진입을 막기 위해 산림 저지대나 주요 이동경로에 포획틀과 포획장 151개, 차단울타리 15.8㎞를 설치했다. 지난해 멧돼지 1,214마리가 잡힌 충북 청주시에서는 최근 수렵면허 소지자 40명을 공개 모집해 상설포획단을 구성했다.
첨단기술을 동원한 '출몰 방지' 노력도 진행 중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도심에 나타나는 멧돼지의 서식 특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 이동경로와 서식지 예측을 위한 정보를 수집·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무인카메라 80대를 설치한 북한산에 다음 달부터 150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정승규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무인카메라를 비롯해 드론, 포획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AI에 적용해 도심지 출몰 멧돼지의 이동경로와 분포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라며 "올해 서울, 내년에는 경기도 등 전국 광역시도의 도심지를 대상으로 한 분석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