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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벽·원형 철조망? 요새 만들고 '수성' 준비하는 尹... 경찰 수사 전담 가능성도 솔솔

입력
2025.01.08 18: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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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는 차벽·원형 철조망 동원 '관저 요새화'
尹, 일단 '버티기'
2차 집행 무산 땐 '경찰 주도 수사' 가능성 제기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다음 날인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출입구 부근에 철조망이 보이고 있다. 강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다음 날인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출입구 부근에 철조망이 보이고 있다. 강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임박하자 8일 경호처는 관저 일대에 차벽과 철조망을 치는 등 '요새화 작업'에 하루 종일 분주했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와 영장 집행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버티기를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논란을 의식해 공수처가 손을 떼고 경찰이 나서는 방안과 서면·방문조사 등 '제3의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관저 '요새화'...한때 '尹 도피설'도

8일 경호처는 체포영장 집행 경찰 인력과의 충돌에 미리 대비하듯 서울 한남동 관저를 흡사 요새처럼 만들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관저 입구 안쪽에는 버스 여러 대가 길을 따라 일렬로 주차돼 대기 중이었고, 2대의 버스는 정문과 평행하게 배치돼 일종의 '바리케이드'처럼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관저 입구와 외벽, 산길 등에는 군사시설 울타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원형 철조망이 새로 설치됐다. 경찰이 경찰특공대 투입 및 경호처 직원 현행범 체포 등 강경진압책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수성군'인 경호처도 만반의 대비를 기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경호처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경호한다는 기존 방침 그대로"라며 "구체적 경호 방침에 대해선 설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한때 윤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피해 은밀히 관저를 떠났다는 이른바 '도피설'도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한남동 관저에 계신 걸로 알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고 이날 관저를 방문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그곳에 계시다"고 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다음 날인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진입로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다음 날인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진입로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 대통령은 여전히 공수처 수사에는 응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수사나 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영장 집행에 한 차례 실패한 공수처가 재차 체포영장 집행 성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 관저를 나서 수사에 응하는 등 방침 변화는 전무할 거라는 뜻이다. 경호처와 수사인력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윤 대통령 측은 일단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고수해 온 버티기 전략을 계속 이어가는 셈이다.


집행 또 무산 땐 '경찰 전담' 가능성? 조사 협의?

8일 오전 경기 과천 공수처 앞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스1

8일 오전 경기 과천 공수처 앞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스1


다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시간끌기' 의도로 버티기에 나섰더라도 공수처가 이번 사건 수사에서 허술한 이첩요청권 행사 등으로 '수사 권한 논란'을 자초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 윤 대통령 측이 반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2차 영장 집행도 무산될 경우 공수처가 수사 주도권을 경찰에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내란죄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경찰이 조사를 하게 되면 윤 대통령 측의 기존 방어 논리(공수처 수사권 문제)도 수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구나 이렇게 될 경우 윤 대통령 측이 경찰과 협의해 소환 조사가 아닌 '제3방식의 조사'에 협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 출석 조사 대신 서면 조사로 대체하거나, 수사관들이 방문해 조사를 하는 방식 등 대안도 고려할 법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 같은 방식의 조사 협의 가능성에 대해 "일어나지 않은 일(경찰 전담)을 전제로 말하는 건 맞지 않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나광현 기자
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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