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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HBM, 설계 새로 해야"... '한국 메모리 위기' 시사한 엔비디아 젠슨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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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글로벌 기자간담회.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의 품질 검증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아직) 테스트 중"이라며 "의심의 여지 없이 그들(삼성전자)은 성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3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GTC)에서도 황 CEO는 삼성전자 HBM을 테스트 중이라고 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연히 검증을 통과해야 함에도, 최소 10개월간 검증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기자가 "그러면 왜 그렇게 (품질 검증이) 오래 걸리고 있는 것이냐"라고 추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황 CEO는 "오래 걸린다고 보지 않는다"며 "한국은 서둘러서 하려고 한다(impatient)"고 대답했다. 곧바로 "이는 좋은 것"이라고 부연했으나,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황 CEO는 삼성전자에 대해 "새 디자인을 설계해야 한다"며 "그러나 그들은 (HBM 재설계를) 매우 빠르게 작업하고 있고,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순간 현장의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간 업계에서 다양한 추측이 있었지만, 황 CEO가 직접 칩 제조 공정의 첫 단계인 설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 등에 쓰이는 AI 칩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HBM 제조사 입장에서는 세계 AI 칩 시장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품질 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수익성이 큰 AI 칩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고, 이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황 CEO가 한국 반도체 기업을 거론하는 일은 한 번 더 있었다. 황 CEO가 전날 소비자가전전시회(CES) 기조연설에서 발표했던 새 PC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리즈(지포스 RTX 50)에 대한 질의 응답 과정에서였다.
황 CEO는 해당 시리즈에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가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뒤이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를 쓰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두 회사는 그래픽 메모리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들도 (생산을)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기자들이 "있다"고 말하자, 황 CEO는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두 기업에)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더 이상의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황 CEO는 "왜인지는 모르겠다. 별 이유가 아닐 것"이라고만 했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체 한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어떤 회사 부품을 썼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 제품을 최고로 본다는 의미"라며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두 회사(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술력이 마이크론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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