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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1번지' 한남동 어쩌다… '집회 전쟁터'에서 시름하는 상인·주민들

입력
2025.01.08 13:00
수정
2025.01.08 14: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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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집회 인파·소음·쓰레기에 몸살
손님 절반 줄고 매출 '3분의 1 토막'
영장 재발부... 양측 집회 계속될 것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체포영장 발부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체포영장 발부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 찬반 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연일 열리는 바람에 조용한 '힙플레이스(젊은 층 선호지)'로 자리 잡은 한남동 상권이 큰 타격을 입었다. 주민들은 집회 인파로 인한 불편과 쓰레기, 소음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남동 의류 매장 직원 문선민(25)씨는 8일 "손님들이 가게 방문조차 못 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고 호소했다. 길목 곳곳이 통제되면서 발주한 물건을 실은 차량이 매장 앞으로 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에 왔어야 할 옷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손님들이 문의해도 사이즈가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며 300만 원 하던 평일 매출이 100만 원대로 급감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술품 전시·판매점 직원 황정환(26)씨도 "예약 날짜를 취소하고 변경하려는 전화가 빗발친다"고 토로했다. 황씨는 "고객들 중에는 갤러리에 오다가 집회 참여자들한테 '어딜 가냐'며 붙잡혀서 도착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조용한 맛집과 카페, 볼거리가 많아 한남동을 즐겨 찾던 20대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대학생 박모(24)씨는 "번잡하지 않고 개성이 강한 카페를 자주 찾았는데, 집회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 매력이 사라졌다"며 "친구들도 모두 '한남동은 빼고' 약속 장소를 잡자고 한다"고 말했다.

1차 체포영장 유효기한(1월 6일) 만료 다음날인 7일에는 다소 한산해진 틈을 타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한남동 한 카페에서 만난 홍여주(43)씨는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카페가 많지 않아 일주일에 세 번은 왔는데, 지난주엔 집회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너무 많아서 못 왔다"며 "체포영장이 새로 발부돼 한동안 또 못 올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쓰레기 없는 집회? 한남동선 실종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골목. 집회가 잠시 멈춰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허유정 기자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골목. 집회가 잠시 멈춰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허유정 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는 각종 단체들의 집회로 주민들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관저 인근 집회 현장은 온종일 초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때문에 옆사람과의 대화도 쉽지 않다. 주민 양모(42)씨는 "저녁에도 집회 현장 확성기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음 탓에 네 살 아이가 제대로 잠에 들지도 못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도 보기 흉할뿐더러 악취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집회 신고 장소는 물론 인근 이면도로 쪽 편의점들이 위치한 골목마다 컵라면 용기와 손팻말이 나뒹굴었다.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 지난달 14일 여의도 일대에선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고도 쓰레기를 남김 없이 치우고 떠나 '질서 있는 퇴장'으로 박수를 받았는데, 이런 집회 문화가 한남동에선 실종됐다.

"대체 언제까지..." 주민들 울상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현장. 손팻말 등 쓰레기가 거리에 쌓여 있다. 전유진 기자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현장. 손팻말 등 쓰레기가 거리에 쌓여 있다. 전유진 기자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한남동 상인과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체포영장이 7일 다시 발부되면서 윤 대통령 지지세력과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또다시 대형 집회 개최를 예고한 상황이다. 신자유연대는 8일 오후 2시부터 한남동 루터교회 앞에서 '대통령 수호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촛불행동 역시 같은 날 오후 3시 한남동 볼보빌딩 앞에서 '체포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전유진 기자
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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