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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향한 강경 메시지도 없이… 국방부, '불법계엄'으로 유구무언

입력
2025.01.01 18:00
수정
2025.01.01 18: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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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엔 '北 파멸' 언급한 신년사
"北 핵 포기할 것" 통일장관도 침묵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12·3 불법계엄 사태의 중심에 선 우리 군이 이례적으로 신년사도 건너뛴 채 조용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 장관의 신년사(당시 신원식 장관)를 통해 북한의 '파멸'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메시지를 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군통수권자(윤석열 대통령)와 군 수장(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무리한 계엄 실행으로 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군 안팎에서 나온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은 1일 별도의 신년사 없이 국립현충원 참배와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 방문으로 새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경계태세 강화에 방점을 둔 행보다. 반면 예년과 달리 북한을 향한 메시지는 없었다. 김 차관은 내부망에 군 장병들에 대한 짤막한 격려 메시지를 올리는데 그쳤다. 2일 정부 차원의 시무식에만 참석한 뒤 국방부 자체 시무식은 아예 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군 수장의 신년 메시지는 한반도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내부 결속과 대북 대비태세를 다지는 계기로 여겨져 왔다. 신원식 전 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은 2024년 새해 첫 날 약 1,250자 분량의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적 망동은 곧 파멸의 전주곡이 될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야 한다"며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냈다. 이종섭 전 장관도 2023년 신년사에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을 전하며 "압도적이고 우월한 힘이 있어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군에서는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작전부대와 지휘 통화로 "적의 위협에 대해서는 빈틈없는 작전 태세로 억제하고 적이 도발할 경우에는 강력하게 응징해 도발을 후회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하는 데 그쳤다.

당장 군 수장이 계엄 사태 등으로 침묵하자 씁쓸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전직 군 간부(예비역 대령)는 "군이 현재의 한반도 상태에 대한 규정을 내리고 장병들에게 '우리 이렇게 합시다'라는 이야기를 앞장서 해야 하는데, 현재는 (방향성 등을) 제시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통일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북한을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에 빗대며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5일 79주년 광복절을 맞아 북한 주민들에게도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확장해 완전한 광복을 이루자는 내용의 '8·15 통일 독트린'으로 사실상 흡수통일을 천명하며 공세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의 경우, 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 2시간여 전에 계엄 사실을 알았다고 고백해 수사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2일 예정된 통일부 자체 시무식에는 참석하지만 여기에서도 뚜렷한 신년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도발 유도 의혹 등으로 대북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현재로선 남북관계 관리가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동안 안보 관련 정부 차원의 메시지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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