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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사이 낀 '샌드위치' 최상목의 절충... 쌍특검엔 거부권, 헌법재판관은 '반쪽 임명'

입력
2024.12.31 18:30
수정
2024.12.31 19:4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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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동시에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 임명
조한창·정계선 임명, 野 추천 마은혁은 보류
여야 모두 반발, 국회의장도 강력 유감 표명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행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사진기자단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행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김건희 여사·내란 특별검사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동시에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여야 추천 각각 1명씩 조한창·정계선 후보를 즉각 임명하기로 했다. 다만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은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며 보류했다. '선별적 임명'인 셈이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을 두고 여야가 극한의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양측의 요구사항을 절충해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결정이지만, 여야 공히 반발하고 나섰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재판관 임명은 절충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위헌적 요소" 쌍특검법에 거부권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정례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고 바로 재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행사하는 두 번째 거부권이다. 관가에서는 일찍부터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점쳤으나, 정부는 국무회의 직전까지도 안건 상정 여부를 확정하지 않는 등 최대한 고심하는 뉘앙스를 강조했다. 통상 오전 10시에 열리는 정례 국무회의 시간도 이날은 오후로 미뤘다.

최 권한대행은 앞서 김 여사 특검법 관련 세 차례의 재의요구안이 의결될 때마다 국무위원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최 권한대행이 강조한 문제점은 '위헌성'이었다. 최 권한대행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이미 정부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위반하고 특검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등 이유로 재의요구해 폐기됐으나,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은 채 다시 정부로 이송됐다"고 지적했다.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도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된다"며 "압수수색 보호 장치도 배제해 국방, 외교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단 거부권으로 돌려보냈지만, 쌍특검법을 놓고 여야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위헌성을 제거한 특검법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독소조항을 제거한다면 중재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타협의 여지를 열어놨다.

헌법재판관 깜짝 임명... 3명 중 2명 '절충'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도 전격 발표했다. 당초 최 권한대행이 당면 과제인 제주항공 참사 수습을 매듭지은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헌법재판관 문제를 고심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권한대행의 가장 적극적인 권한인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형식적인 임명권은 행사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까지 나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임명을 하지 않는 게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한 뒤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최 권한대행의 결단으로 헌법재판소는 8인 체제가 됐다. 윤 대통령 탄핵 결정에 '만장일치'가 필수적인 6인 체제를 벗어나면서 탄핵안 인용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이 국회 몫 3명을 모두 임명하지 않은 것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최 권한대행은 정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임명에는 여야가 합의했지만, 마은혁 후보자(야당 추천)는 아직 여야 합의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보류 이유를 밝혔다. 정치권에선 '여야 합의'는 표면적 이유일 뿐,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여당을 달래기 위한 제스처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야 공히 반발... 우원식은 권한쟁의도 검토

최 권한대행의 기대와 달리 여야는 일제히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판결 주체인 재판관을 임명하는 셈으로, 최 권한대행의 임명 강행은 헌법상 소추와 재판 분리라는 대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야당의 탄핵 겁박에 굴복해 적법절차의 원칙을 희석했다"고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마 후보자에 대해) 무슨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냐"며 "즉시 3명 모두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국회가 선출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는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우 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장 중재로 헌법재판관 추천 몫 배분에 대해 여당 1인, 야당 2인으로 합의한 것"이라며 "여당이 뒤늦게 입장을 바꾼 것인데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국회의 논의과정을 왜곡한 것"이라고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의장실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1명을 임의로 임명하지 않은 조치를 바로 잡기 위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나광현 기자
정지용 기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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