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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아니고선 못 할 결단 할 때다

입력
2024.12.30 19: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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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절차가 민주주의 퇴행 부추기는 현실
리더로서 마지막 책임… 하야를 선택해야
이승만도 뒷모습 흉하지 않아 재평가받아

지난 5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 뒤 퇴장하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5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 뒤 퇴장하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이승만 대통령은 국회의 하야 요구에 하루를 버티다 사임을 발표했다. 민간인 신분이 되자 관1호 차를 타지 않고 경무대에서 사저 이화장까지 걸어갔다. ‘불의를 보고 항거하지 않는 민족은 죽은 민족’, ‘내가 맞아야 할 총을 학생들이 맞았다’며 민의에 공감도 표했다. 그에 대한 평가와 인식이 재조명되는 건 그나마 이처럼 뒷모습이 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도정부 허정 권한대행은 “이승만이 아니고선 하지 못할 결단이었다”고 평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승만은 대북 강경기조와 이념적 대립, 거부권 행사 등 유사점이 유독 많다. 독단적이고 무책임한 태도, 민주화 이전 방식의 권력 인식도 비슷하다. 이제는 이승만처럼 윤 대통령이 ‘윤석열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결단’을 보여줘야 할 때다.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험로로 변했다. 탄핵사유인 내란죄는 물론 분명하다. 그러나 탄핵절차는 ‘설국열차’를 탄 듯 한칸 한칸 넘어가기 어려워졌다. 대한민국의 지향점을 재설정하는 문제인데도 재판관 구성부터 꼬여 있다. 3명 공석인 지금의 6인 체제로 심판하는 타당성에 대해 재판관들 사이 이견까지 있다. 1명이라도 반대해 탄핵이 기각되면 그 혼란은 짐작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후임 재판관 임명에는 한덕수 총리에 이어 최상목 권한대행까지 발을 빼고 있다. 여야 추천 재판관 각 1명씩 임명해 8명으로 의결정족수 논란을 피하는 것도 방안이나, 지금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겠는가. 탄핵은 대통령에 대한 법률적 정리이고, 민주주의 회복 절차인 점에서 하야보다 선명하다. 그러나 탄핵절차가 오히려 민주주의 퇴행과 혼란을 부추기는 현실이라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이유다.

군은 국방부 장관, 육참총장,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정보사령관까지 구속되면서 떨어진 별만 15개일 만큼 초토화 상태다. 환율도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버틴다면 얼마까지 치솟을지 알 수 없다. 안보와 경제를 위해서도 통수권자의 결심은 필요하다.

윤 대통령 측도 복귀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복귀한다 해도 국정을 이끌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탄핵 시간끌기에 나선 배경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것만은 막아야 하고, 그래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때까지 버티겠다는 계산이다. ‘윤석열도 싫지만 이재명은 더 싫다’는 심리에 기대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깨끗한 퇴진, 책임 있는 하야가 대선에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선거에 유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41%를 득표하고도 당선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직접선거에선 YS DJ가 갈라지면서 군인 출신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분열된 쪽이 정권을 내줬을 뿐이다.

지금 시간은 윤 대통령 편이 아니다. 보수진영도 그를 파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보수 원로논객 조갑제는 “무능한 통치자는 만참(萬斬)으로도 부족한 역사의 범죄자다”라는 김성한 작가의 표현까지 동원했다. 전황도 모른 채 탁상공론만 하고, 잘못에 책임도 지지 않는 무능한 오늘날의 선조가 다름 아닌 윤 대통령이란 것이다. 이런 그가 남아 있는 한, 보수진영은 좀비가 된 왕을 내세워 혼란을 조작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킹덤’의 세도가로 비칠 뿐이다. 모든 게 ‘윤석열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결단’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후대 역사가들이 사화를 일으키고 나라의 퇴행을 가져온 연산과 무엇이 다르다 할지 걱정스럽다.

이태규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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